죽어서 꽃이 되는 돌이끼를 바라보다 ....

2009. 9. 10. 00:12사진 속 세상풍경

늘어나는 뱃살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술자리가 늘어날수록 커지는 뱃살 만큼이나 아내의 잔소리도 커져만 간다.
마지못해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운동이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상쾌하다.
습관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하루다.

어느새 영랑호에도 가을이 왔다.
하나 둘 낙엽이 지고 억새와 갈대도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문득 영랑호수를 돌다 돌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돌이끼를 보면서 작고한 김춘수 시인의 꽃을 생각했다.무형의 존재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새로운 존재로 다가온다는 시인의 마음을 느꼈다.
   






늘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그 길가에 어느 날 눈에 들어온 돌꽃......
살아서는 돌이끼로 죽어서는 돌꽃으로 다시 피었다.

예전에 수석 중에 돌을 갈고 다듬은 석화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매끄럽게 다듬어진 그 꽃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 말라붙은 돌꽃이 투박하지만 수수하고 정겹다.

돌꽃을 보며 천천히 걷는 영랑호 산책길
아침이 맑고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