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두꺼비 앞길을 막은 이유

2009. 9. 12. 08:48사진 속 세상풍경

며칠 전 아는 분으로 부터 부탁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이번에 살려고 하는 토지가 있는데 가격이 적당한지 알 수가 없다며 현지에 살고 있는 내게 가보라더군요.
그곳은 고성군 간성읍 장신리라는 곳인데 인제에서 진부령을 넘으면 있는 산골 마을입니다.
마침 가는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제법 날이 추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장된 농로길을 따라 가다 길이 끊긴 곳에서 부터는 장화를 신고 이동을 했습니다.
좁은 도랑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놀란 개구리와 메뚜기들이 펄쩍펄쩍 뜁니다.
토종 개구리가 많은 것을 보니 아직 이곳은 환경오염이 덜 되었나 보구나 생각하고 한참을 가다 발길을 멈췄습니다.
눈앞에 꼼짝않고 있는 개구리가 한 마리 보였습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개구리가 아닌 두꺼비 였습니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두꺼비가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두꺼비가 그물이 있는 곳으로 기어갑니다.


이곳은 야생조수들이 농사를 망칠까 곳곳마다 그물을 쳐놓았는데 두꺼비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순간 쓰고 있던 우산으로 두꺼비가 가는 길을 막았습니다. 그러자 두꺼비가 아랑곳 하지 않고 우산을 기어오릅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두꺼비를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두꺼비는 영험한 동물이라서 함부로 만지거나 죽이면 안된다고 늘 말씀하셨지요...


또 만지면 두꺼비 몸에 있는 독이 몸 속으로 들어와 큰일 난다고 하셨었죠...


어릴 적 비가 오려고 하면 초가집 처마밑으로 모여들던 두꺼비
두껍아~두껍아~헌집 줄게....새집~다~오....
친구들과 함께 부르며 놀던 생각이 새록새록 합니다.


그물이 있는 윗쪽에는 전기까지 설치해 놓은 듯 했습니다.
지난 달 피서객이 남의 밭에 고추를 따러 들어갔다가 전기에 감전돼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이렇게 한적한 시골 논에도 전기가 설치되어 있다니.....
한편으로는 얼마나 농사에 피해를 많이 봤으면 돈을 들여서 이렇게 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녀석을 우산으로 이동을 해서 안전한 곳에 놓아 주었습니다.
이렇게 길에서 두꺼비와 마주치고 직접 본 것이 국민학교 졸업하고 처음이니 약 37년 된 것 같습니다.
너무나 반가웠던 두꺼비 한 마리....
저 녀석이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