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내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이유....

2009. 7. 16. 07:01세상 사는 이야기

오랫동안 이글을 쓰려고 고심했다. 처음에는 "부부싸움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너무 개인적인 글을 확대 해석하는 것 같아서 그 의미를 축소하기로 했다.
부부가 살면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단정 지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이말에 평생 나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살았나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몰매를 맞아도 행복할 것 같다.
나와 아내가 함께 산지도 벌써 20년이 조금 넘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 그 사이 어느새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다.
스물 아홉에 결혼해서 아들만 둘을 두었는데 돌아보니 아내가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아들만 넷을 두고 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내 역시 늘 외롭고 고독한 고추밭에서 20년을 살았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20년간 나는 부부싸움을 몇번이나 했을까?
이런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부부싸움다운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혹자들은 요일에 빗대서 부부싸움 하는 이유를 이야기 하곤 한다. 부부가 월요일에 태어난 사람은 달처럼 교교하게 사랑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수요일에 태어난 사람들이 만난 부부들은 물 흐르듯이 살아간다고 한다. 가장 나쁜 것이 무엇일까?
화요일에 태어난 부부들이 가장 부부싸움을 많이 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무슨 황당무계한 이야기냐고 반문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부부가 있다. 스스로 부부싸움을 많이 하는 이유를 줄줄이 알사탕처럼 찾다보니 얻어 걸린 것이라고 볼수도 있다. 왜냐하면 때론 자기합리화가 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ㅜㅜㅜ........
점쟁이나 사주를 보는 사람이 묻는 이유중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몇년 생입니까?" 혹은 "띠가 뭐유?"다
아내와 나는 같은 소띠다.......띠동갑이 아니라 나이가 같다.
'소띠면 두 사람 모두 궁합이 잘 맞겠네' 이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같은 소띠지만 아내와 나는 상극이다. 아내는 불이요 나는 물이다. 한번 부부싸움을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공교롭게 화요일에 태어나서 그런지 아니면 고집이 세다는 00김씨라서 그런지 확실하지는 않다. 이말에 또 발끈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왜 갑자기 성을 논하느냐고 ....그렇지만 처갓집에 가면 모두 성질이 불같다. 개인적으로 집안 내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내에게 모두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나와 아내가 부부싸움을 하는 이유의 90%는 모두 나 때문이다.늘 부부싸움의 원인제공자가 나였기 때문이다.
가장이 든든하지 못하면 싸움이 잦아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장다운 일을 일을 하지 못했으면서도 20년간 부부싸움다운 부부싸움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뭘까?
같은 소띠면서도 아내는 불이요 나는 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아내가 싸움을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마른 장작에 불이 붙은 듯하다. 이럴 때 화를 돋구면 기름을 끼얹는 것처럼 혹은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걷잡을 수가 없다.
이럴 때면 '나죽었네' 하면서 참는게 수다.장마철 소나기가 내리듯 태풍이 지나갈 때 처럼 숨죽이는 것처럼 참고 있으면 어느새 평화가 찾아온다. 이것은 20년간 살면서 터득해온 삶의 지혜다(?...정말 그럴까?....)
부부싸움 정석 첫번째는 무조건 참아라다.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활화선처럼 폭발하는 아내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참을 인자 세번을 새기면 된다. 누군가 그랬다. 참은 인자를 세번 새기면 살인도 면한다고....ㅎㅎㅎ
부부싸움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못했든 아내가 잘못했든 무조건 참는다. 처음 아파트에 살 때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 적이 있었다. 그 다음 날 얼굴을 들지 못했다. 고요한 밤하늘에 소나기 내리듯 모든 사람들이 우리집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 듯 따가운 눈총을 마구 쏘아댔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 때문에 한동안 곤욕을 치뤘다. 그렇지만 지금도 아내는 말한다. 부부싸움 하는데 남 눈치보게 생겼냐고..........그럴 때 마다 나는 말하곤 한다..."쪽 팔리잖아....."
그러면 아내가 "알긴 아나 보네..." 라고 답하곤 한다.
부부싸움을 할 때 마다 지키는 정석의 두번째는 집안을 들먹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댁이나 친정.....이 민감한 사항을 절대 거들먹거리지 않는다는 것........부부싸움을 짧게 하려면 꼭 지켜야 한 법칙중에 하나다.
결혼하면서 아내와 다짐한 것이 있다. 어떤 경우든 집안을 빗대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지키기 가장 어려운 것중에 하나지만 처음부터 못을 박아 놓으니 부부싸움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와 아내 둘만의 문제로 다투고 둘만의 싸움을 하다 한쪽이 잘못을 인정하거나 혹은 숨을 죽이고 참으면 그 싸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결혼해서 나와 아내가 지키는 약속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집안을 들먹이지 않는 것이다.
아내는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에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잘못은 당신이 했는데 왜 꼭 내가 먼저 잘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아직도 아내는 그 비결을 잘 모른다.

MMA: MAR 07 UFC 96 - Jackson v Jardine

그것은 바로 참을 인자 세번을 새기면 된다.

어차피 집안을 들먹이지 않는 당사자간의 싸움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내가 죽일 놈이요' 하고 고개를 숙이면 곧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싸움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못한 경우 납작 엎드리고 아내가 잘못한 경우에는 '어떤 경우라도 용서해 줄거야'라는 마음을 갖고 산다. ...부부싸움 열번중에 아홉번 원인제공자는 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철면피로써 당연한 것이 아닐까?
부부싸움의 정석의 또 하나는 '지는게 이기는 것이다"
불이 났는데 불을 지피면 산천초목이 모두 불바다가 되는 것은 뻔하다. 그래서 곰이 굴속에서 봄이 오기를 인내하듯 조용히 기다린다. 그러면 아내는 말하곤 한다. "부부싸움 할 때 화끈하게 하면 어디가 덧나?"
그런데 그러다 보면 늘 나만 만신창이가 된다. 그래서 스스로 대처하는 법을 익혔다.
부부싸움의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인정하라 ....그리고 되도록이면 참아라.....절대 집안을 들먹이지 마라...아내에게 만큼은 지는게 이기는 것이다.....이것이 부부싸움을 짧게 끝내는 법이다....물론 나만의 개인적인 룰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이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한쪽에서 싸움을 피하면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고.......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나와 아내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이유는 늘 싸움을 해봐야 일방통행이라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아내가 한 수 접어주기 때문이다.
너무 비굴하지 않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아내에게만큼은 비굴해도 된다.'
신혼 때 이런 것을 알고 살았다면 아직도 깨가 쏟아졌을텐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