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평생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는 이유

2009. 7. 18. 11:50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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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중에는 평생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 친구들중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술과 담배를 배웠고 나이들면서 그중 담배를 끊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 역시도 스물이 넘어서 담배를 배웠는데 한 번 입에 댄 담배는 금새 니코틴에 중독이 되었고 그 후로 20년간 술과 담배를 입에 대고 살다 2000년초에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중 의사의 권유로 담배를 끊은 친구도 있고 술 때문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친구도 있다.그런데 속칭 불알친구라는 고향친구 아홉명 중에 유일하게 평생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 때문이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주사가 심했는데 평소에는 너무나 조용했던 분이 술만 드시면 언성이 높아지고 난폭해졌다.
그리고 유독 친구의 어머니에게만 혹독하게 대했고 구타도 서슴치 않았다. 이런 사실은 동네 사람들도 알고 있었지만 남의 가정사라는 이유로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이었음에 틀림없다.
어릴 적 부터 일상처럼 아버지의 주사와 그 속에서 늘 숨죽이며 사셨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친구는 늘 입버릇 처럼 이야기 하곤 했다.
'나는 커서 절대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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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58 by kiyong2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당시 친구네 집은 고물상을 하고 있었고 친구네 집에는 엿장수들이 여럿 기거하고 있었다.
197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에는 넝마주이와 엿장수들을 흔히 볼 수 있었고 용돈이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친구들은 늘 자급자족을 해야 했다. 그래서 궁여지택으로 하던 것이 바로 군부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뒤지거나 사격장에 가서 탄피를 캐는 일이었다.
새벽 군 기상 나팔소리가 들리면 너나 할 것 없이 부대밖 쓰레기장에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군인들이 들고 나오는 쓰레기 속 병들을 줍느라 혈안이 되곤했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병이나 탄피들은 모두 친구네 고물상으로 집합했는데 그래서 손에 쥘 수 있는 액수는 많아야 고작 100원에서 200원 남짓이었다. 
고물을 손에 모아 친구의 집으로 갈 때에도 되도록이면 오전에 가곤 했는데 오후 늦게 가는 경우 친구 아버지의 주사가 시작되면 바로 고물상 문이 닫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날이면 다른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아무도 대들지 못했고 엿장수도 업주(?)의 행태가 못마땅했지만 모른 척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엔가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친구네는 서울 근방으로 이사를 갔다.이사를 갔어도 가끔 고향에 내려 오거나 동창 모임에 오는 친구는 성인이 되어서도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장난삼아 술과 담배를 권해도 질색을 하곤했다.

그리고 약 5~6년간 친구를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 친구 딸의 결혼식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회사가 많이 어려워 짬을 낼 수 없다는 친구는 맞벌이 하다 보니 고향에 오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고 했다.
친구에게 요즘도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느냐 물으니...

"그런 것은 왜 물어봐?...어릴 적에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았나 나는 절대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혹시 나도 아버지를 닮을까 가장 두려웠고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도 가슴이 아파....."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시던 모습과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내가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있겠나...."

"술 좌석에 가면 심심하지 않나 또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나?"

"음료수를 마시거나 술좌석이 오래 갈 것 같으면 아예 자리를 피해버린다네...."

"뭐든 습관이 되면 괜찮은데 사람들은 그런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술 담배를 안하면 어울리지 못한다....재미없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고 나는 나대로 사는데 불편함이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사는 것이 내꿈이었고 그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지 않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스스로와 약속한 것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친구.......그것이 어떤 연유로 시작되었든 자신과의 약속을 평생 지키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해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다.
평생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친구의 모습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얼굴도 동안이고 몸매 역시 균형이 잡혀있다. 늘 규칙적인 생활에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친구....친구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아내가 이런 말을 한다.
당신도 친구의 생활습관 좀 본받아 술좀 줄이고 뱃살도 확 줄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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