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3. 11:20ㆍ세상 사는 이야기
일요일 저녁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300억을 탕진한 기업가 이야기를 다루었다. 근검 절약으로 자수성가 했고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도 소개될 정도로 탄탄한 기업의 사장이었던 사람이 우연히 강원도 정선의 바자회에 참석하기에 들렀던 강원랜드 호텔에 숙박하면서 시작된 카지노 게임.... 그곳에서 하루에 800만원을 따면서 그의 불행은 시작되었고 도박의 늪에 빠져 결국 3년만에 300억이 넘는 재산을 탕진한 사연이 소개되었는데 아내와 함께 방송을 보면서 도박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자신의 딸이 죽어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만큼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들고 자신도 결국 죽음의 나락으로 내모는 도박중독자 이야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이날 보도되었던 병정(대리배팅을 해주는 사람)은 처음 듣는 이야기 였는데 그들 중 일부는 카지노에서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을 날린 도박중독자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마약보다 더 끊기 힘들다는 병정의 고백은 도박의 늪에 빠지면 얼마나 헤어나기 어려운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동안 숱하게 보도되었던 자살사건과 강원랜드 카지노 주변을 배회하는 노숙자와 전당포에 쌓여가는 자동차 이야기를 접합 때 마다 나는 좌불안석이 되곤한다.
어제 방송을 보는 내내 가시방석이었던 이유가 바로 아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도박중독에 빠졌던 전례가 있어 뉴스나 방송에서 도박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나를 불러 앉히고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한다.
벌써 17년 정도 지난 것 같다.결혼하고 둘째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동네사람과 가볍게 시작된 고스톱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져 나중에는 섯다 도리짓고땡 그리고 카드까지 안해본 것이 없었고 외박도 밥먹듯이 했었다. 한번 빠진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나중에는 부모님이 나서 말리기도 했지만 이미 중독된 후에는 부모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월이 지난 후에야 마지막에 내가 타짜들의 놀음에 춤을 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들이 타짜였다는 사실을 의심해 본적도 없었고 그저 잃어버린 원금을 찾으려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려 혈안이 되곤 했었다.
결국 아내는 낯선 곳으로의 이사를 가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아이 둘을 업고 훌쩍 떠나버렸다. 그리고 한 달 후 모든 것을 탕진한 나는 가게를 모두 정리하고 아내가 이사간 곳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노라고 각서도 썼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껏 도박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당시에는 용서하면서 받을 수 있었던 것이 각서밖에 없었다며 지금도 쓴웃음을 짓는 아내.......
6년전에는 후배가 강원랜드 근처에 전당포를 차리자는 제안을 해온 적이 있었다. 강원랜드 카지노 게임을 하려고 날마다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전당포 를 찾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서 차려만 놓으면 수익이 짭짤하다는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을 하면 쪽빡이지만 사채나 전당포를 하면 절대 손해 볼 일이 없으니 안심하고 함께 전당포를 차려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신문기사에 전당포가 호황이라는 소식과 함께 전당포에 맡긴 차량을 주차할 곳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뉴스도 접했던 터라 구미가 당겼지만 결국 예전의 나처럼 도박중독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같아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어제 방송의 끝부분에 나온 회사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아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 돈 같고 자기가 쓰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립니까? .특히 카지노는 자본주의 꽃입니다. 이런 것은 전체주의가 아니면 제재할 수 없습니다...."
대리배팅이나 사채놀이등 불법행위에 대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한다는 대답은 더 어이가 없었다.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산소공급을 한다든지 카지노에서의 금연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밝으면 양화가 악화를 몰아내는 거죠...."
도대체 그것이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도박중독을 줄이는 것과 무슨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강원랜드 담당자의 동문서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박은 애당초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한번 늪에 빠지면 가족도 부모도 친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 모두 잃어버리고 난 후에야 비로소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몹쓸 병이다. 그것이 종종 극단적인 자살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도박은 손을 잘라도 끊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 파멸로 이르러야 끝이 난다.
시사매거진 2580에 보도된 "도박의 늪"은 그동안 잊고 있던 도박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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