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진에 떠밀려온 북한 어선을 둘러보니....

2009. 7. 3. 09:34사진 속 세상풍경

어제 오후 늦게 친구의 가게에 들렀습니다. 홈페이지와 인터넷에 문외한인 친구는 늘 작은 문제만 생겨도 전화를 해서 닥달하곤 하는데 예전에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답답한 심정을 잘 아는 나는 되도록이면 친구의 불편함을 덜어주려 애를 쓰곤 합니다.
해질무렵 들린 친구의 가게에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개중에는 바둑을 두는 사람들도 있었고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친구가 부탁한 일들은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사소한 일인데 모르는 사람은 정말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화가 나기도 합니다. 컴퓨터 왕초보인 친구에게 토지대장 열람하는 법이나 즐겨찾기와 홈페이지 관리하기 등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한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친구의 사무실에 자주 들리는 사람이었는데 이곳에서 작은 어선으로 고기를 잡는 어부였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아야진에 북한 어선으로 보이는 배가 떠내려 왔다며 주변에 빨간 띠를 두르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저녁이었습니다. 9시뉴스를 보는데 친구 사무실에서 어부가 말한 북한 어선이 지방 뉴스에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작은 목선이었는데 북한 어선이 이곳까지 떠내려온 것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이를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5분거리의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아야진항을 지나자 마자 오른쪽 바위 위에 북한 어선이 놓여 있습니다. 빨간 선으로 둘러놓고 접근금지 푯말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곳은 많은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는 곳인데 멀리 아야진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바다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낡아 보이는 북한 어선은 노를 저어서 가는 소형 전마선으로 보였습니다. 배의 크기는 길이 5.5m이고 폭은 1.35m로 두 사람이 타면 비좁아 보일 정도로 작은 목선이었습니다.


배의 바깥부분은 대부분 삭았지만 물속에 잠기는 부분은 기름칠을 자주해 물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 듯 보였습니다.


배의 안쪽에는 바닷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헝겊으로 틈새를 끼어넣은 곳이 많았습니다. 동해안에는 가끔 북한 어선이 발견되지만 대부분 어로한계선 부근이었는데 이번처럼 멀리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배 안에 남아있는 것은 노와 닻 그리고 뜰채가 전부였습니다. 고기를 잡다 전복되어 이곳까지 흘러온 것인지 아니면 어촌마을에 매어 놓은 것이 풍랑에 휩쓸려 떠내려온 것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배앞에 새겨진 등록번호가 북한 어선임을 짐작하게 해주는데 이곳에 이런 일이 처음이라는 동네주민은 뒤짚힌 채 이곳까지 흘러왔다는데 배가 멀쩡한 것이 신기하다며 저 배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두 궁금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