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에서 떨어진 아기새 구출 대소동

2009. 7. 2. 22:24사진 속 세상풍경

요즘 부쩍 불어난 뱃살 때문에 고민하다가 며칠 전 부터 영랑호 산책을 돌거나 신라샘 휴양림을 따라 걷는 운동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불어난 몸 때문인지 오래 걸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몸무게가 80kg이지만 보기에 뚱뚱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머니를 닮아 하체가 길고 상체가 커서 늘 다리에 무리를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걸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곧 장마가 올 것이라는 소식에 아침 일찍 샘터로 물을 뜨러 갔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아무래도 샘물을 마시기 두렵습니다. 빗물이 섞여서 그런지 양도 많아지고 특유의 물맛도 느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침인데도 샘터에는 물을 받는 사람들과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곳 신라샘은 다른 곳에 비해 샘물이 나오는 곳이 많습니다. 맨 아래와 중간 그리고 맨 위쪽 모두 세군데가 있는데 사람들 취향에 따라 선택도 달라집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맨 위쪽 물맛이 가장 좋은 것 같아 늘 그곳에서 물을 받습니다.
오늘도 물을 뜨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통을 순서대로 가지런히 놓고 쉼터에 앉아 있는데 자꾸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곳에서 새소리를 듣는 것이 워낙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가까운 곳에서 자꾸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샘터 옆 소나무 위에 있는 새집은 워낙 샘터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새가 집을 짓는 것을 별로 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새집이 있는 소나무 아래 작은 아기새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계속 울면서 소나무를 기어오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새집 위에서 떨어진 듯 합니다. 오르려다 구르고 또 오르려다 구르는 사이 주변이 새의 분비물로 어수선 했습니다.


이녀석 아무래도 떨어진 시간이 꽤나 오래 되었던 듯합니다...새집에서 떨어질 때 풀숲에 떨어져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보였는데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털 사이로 빨간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고 많이 지쳐 보였습니다.


옆에서 앉아있던 아저씨가 아기새를 손으로 감싸 안으니 배가 고픈듯 계속 울어댑니다. 아마도 먹이를 구하러 간 어미새가 돌아오지 않자 새집 밖으로 얼굴을 내밀다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딱새 새끼인듯한 아기새를 놓고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기새를 놓아두면 어미가 물어서 새집으로 간다는 사람도 있고 새집이 있는 소나무를 오르려다 미끄러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궁리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였는데 한분이 그냥 시청에 전화를 해서 사다리를 가져오도록 하자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때 건너편에서 새의 울음소리 들렸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새는 아마 어미인듯 입에 먹이를 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집으로 들어갔다 새끼가 없는 것을 알고 불안한지 이곳저곳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이것저것 궁리 끝에 나무 가지에 새를 올려놓고 새집으로 밀어넣어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아기새가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다며 걱정을 했지만 아기새의 몸이 가벼워 떨어져도 아래쪽이 무성한 풀숲이라 다치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끝이 삼각형인 나뭇가지로 조심스럽게 새를 새집으로 밀어넣으려는데 갑자기 새가 숲으로 떨어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어떻게 하며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풀숲에 떨어진 새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하고 끝에 넓은 나뭇잎을 고정시키고 그 위에 아기새를 올려놓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새집의 입구를 가르키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올려 아기새를 새집으로 무사히 밀어 넣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행이라며 떠난 후에도 한참동안 어미새는 새집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어미가 오지 않자 또 아기새가 목을 내놓고 울기 시작합니다. 저러다 혹시 또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드디어 어미새가 새집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입에 물고 있던 먹이는 순식간에 아기새의 입속으로 사라졌고 어미새는 또 다시 먹이를 찾아 날아갔습니다. 어미새를 본 샘터의 사람들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