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좋아하는 파꽃을 보셨나요?

2009. 5. 8. 08:45사진 속 세상풍경

며칠 전 어린이 날이었습니다. 바람도 쏘일 겸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청호동 바닷가 근처에서 밭에 심어놓은 파를 보게 되었습니다.내 땅이 아닌 곳에 조금씩 일궈놓은 듯한 작은 밭 사이사이로 파를 심어놓았는데 근처에 가니 잉잉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파 맨끝에 벌들이 모여앉아 열심히 꽃을 빨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부터 집에서 파를 심었고 늘 흔하게 보는 파였지만 파에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것이 씨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세히 들여다 보니 파꽃이 절말 아름답습니다. 수수하기도 하려니와 몽실몽실한 수염 사이로 보이는 노란 꽃대궁은 볼수록 아름다웠습니다. 육안으로는 보기힘든 노란 꽃술에 취한 벌들이 파꽃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좀더 자세히 찍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디카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만개한 파꽃 위에 벌 한 마리가 앉아서 꽃잎에 취했습니다. 파의 아래 부분에 파꽃을 싸고 있던 흰 껍집이 보입니다. 


위에 부분은 벌써 벌들이 노란 꽃술을 취해서 하나도 없고 아래 부분은 아직 노란 꽃술들이 보입니다.


늘 막연하게 지나쳤던 파꽃 보면 볼수록 수수한 아름다음이 돋보이는 꽃입니다.


앗 파리 이녀석도 파꽃을 좋아하나 봅니다....벌과 함께 열심히 꽃술에 취해 있습니다.


벌들이 잘라먹은 맨 윗부분과 노란 꽃술이 남아있는 곳과 아직 피지 않은 곳 그리고 꽃대궁을 둘러싸고 있던 파의 껍질이 잘 나타난 파꽃의 모습....


이해인 시인은 파꽃의 수수함을 보며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파꽃

뿌리에서 피워 올린
소망의 씨앗들을
엷은 베일로 가리고 피었네

한 자루의 초처럼 똑바로 서서
질긴 어둠을 고독으로 밝히는 꽃

향기조차 감추고
수수하게 살고 싶어
줄기마다 얼비치는
초록의 봉헌기도

매운 눈물은 안으로만 싸매 두고
스스로 깨어 사는 조용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