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심는 요양보호사 이유를 알고 봤더니....

2009. 5. 7. 17:08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요양보호사 실습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모든 실습이 끝나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처음에 막연하게 시작했던 일이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이론을 배울 때와 직접 현장에 나갈 때를 생각하면 천양지차다. 현장에서 직접 겪는 것들이 앞으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분명하게 결정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전에는 시골의 한 할머니집으로 실습을 나갔다. 요양보호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어르신을 돌보셨는데 다른 분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모든 것을 대상자의 편리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궂은 일도 마다않고 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집으로 직접 찾아가 서비스 하는 재가 방문요양은 대상자에게 서비스할 것과 서비스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교육 받고 현장에 나가게 된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사회적 인식과 요양보호사에 대한 선입견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특히 시골 같은 경우는 고추를 따거나 풀밭을 매는등 농사일을 하게 한다거나 김치를 담그는 것 이외에 대상자가 아닌 가족의 빨래까지도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그나마 요즘은 복지원에서 대상자에게 서비스 이외에 것을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지만 서로 경쟁이 되다보니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1시 30분에 점심을 미리 먹고 12시쯤 도착해서 할머니집에 도착해 대상자의 점심을 차려드리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였다. 송화가루가 한창 날리는 요즘 날마다 마루나 방을 닦아도 노랗게 가루가 묻어나와 청소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약 한 시간 가량 청소를 하고 난 후 요양보호사가 간벌해 놓은 나무를 좀 가져다 놓아야 겠다며 산으로 올라갔다. 사실은 하지 말아야 할 서비스였다. 단호하게 거절하면 되는데 요양보호사는 아무 군소리 없이 할머니를 돕고 있었다.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할머니 보다 오히려 아들이 더 몸이 안좋아 두 사람 모두 재가방문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문을 열면 보이는 밭에 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서 할머니가 늘 걱정을 해 요양보호사가 감자를 심어주었다고 한다. 다른 실습생들은 서비스 이외의 것은 못한다고 했지만 딱한 할머니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힘든 일을 마다하하지 않고 감자를 심었다고 한다.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서비스와 마음에서 우러나와 스스로 돕는 서비스는 다른 것이라며 웃는 요양보호사.....실습생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앞장서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 하는 모습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을 나가면서 느낀 점은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온갖 궂은 일은 다 도맡아하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배변이나 목욕도움 안마와 뜸 그리고 말벗하기 등 자식들도 하기 힘든 일을 묵묵히 하는 요양보호사....물론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이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정신이 없다면 오래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이목보다 자신의 맡은 일을 충실히 하고 또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못하는 착한 마음씨의 요양보호사.....실습을 하는 내내 푸근한 얼굴로 웃으며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