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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과일 충동구매 했더니......

2009. 5. 6. 20:32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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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다른 날 보다 일찍 일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아파트 입구에서 참외를 봉지마다 가득 담아놓고 '오천원'한 봉지에 오천원'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아내가 과일을 사오라고 한 것을 깜빡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차를 세우고 좋은 것으로 한 봉지 달라고 했습니다. 참외 장수는 다 확인한 것이고 맛도 죽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참외 한 봉지를 조수석에 올려 놓았습니다.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려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참외 생긴 것도 보지 못한 채 주는대로 받고 돈을 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낮에 입었던 작업복과 참외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참외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먼저 목욕을 한 후에 시원해진 참외를 깨끗이 씻어 껍질 채 먹기 위해서 였습니다.
다른 과일은 껍질을 깍아서 먹지만 유독 참외 만큼은 늘 껍질을 깍지 않고 그냥 통채로 들고 먹곤 합니다. 목욕을 끝내고 나니 중간고사 시험을 본 아들이 독서실에서 돌아왔습니다.  냉장고에 넣은지 한 시간만에 참외를 꺼내 씻으려고 꺼냈습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봉지를 보았을 때는 꽤나 커 보였던 참외가 너무나 작았습니다.


 하지만 '뭐,어때 작아도 맛만 있으면 되지.."하며 두 개를 깨끗이 씻어 하나는 아들을 주고 하나는 시원하게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런데 맛이 이상했습니다. 얼른 뱉어 보니 속이 시커멓습니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아무렇지 않은 듯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는데 속이 모두 썩어있었습니다. 다행히 삼키지는 않았지만 입안 가득 씹었던 참외를 뱉어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뱉었습니다. 겉은 노랗고 싱싱해 보였는데 왜 속이 썩었을까.......


썩어서 곰팡이가 덩어리로 붙어있는 참외 보는 것만으로도 욕지거리나 나왔습니다. 아들도 먹던 참외를 들고 나오며 맛이 이상하다며 식탁 위에 놓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들이 먹던 것도 속이 곯아서 참외 고유의 맛이 나지 않고 쿨렁쿨렁 했습니다.

 
다른 것도 잘라보니 참외 속이 크지도 않은 참외를 따서 익힌 듯보였습니다. 평소에 꼼꼼하지 않다는 말 자주 듣고 그냥 주인이 주는대로 받아들고 오지만 과일 살 때 만큼은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 늘 요모조모 따지고 사곤 하는데 오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사온 것이 아주 최악의 과일 충동구매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들어오면 또 잔소리를 들을 것이 뻔해 이리저리 궁리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남이 사줬다고 하면 사준 사람이 욕 먹을 것이고 내가 사왔다면 역시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하고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떨이로 3천원에 사왔다고 해도 잔소리를 피해 갈 수 없는데 오천원을 주었다고 하면 당장 바꾸러 가자고 할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생각나 길거리에서 충동구매했던 참외.......확인하지 않고 산 내 실수지만 파치만 골라 담은 듯한 참외장수가 무척이나 야속하고 괘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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