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년된 할머니의 성경책 알고 보니 초간본

2009. 3. 15. 22:34세상 사는 이야기

내가 갖고 있는 책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 하나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성당에 다니실 때 갖고 다니시던 책이었는데 할머니 돌아가신지 39년이 된 지금은 내가 간직하고 있다.독실한 신도였던 할머니는 늘 새벽에 일어나 혼자 기도를 하시곤 했다. 할머니의 방안에는 늘 십자가가 걸려 있었고 묵주와 성경책이 놓여있었다. 그중에 할머니 돌아가시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바로 내가 갖고 있는 성경책이었는데 늘 이책이 무엇에 쓰는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책이라 주변사람들도 내용을 잘 모른다고 했다.
그 후 책꽂이에 꽂아 두었는데 지난달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성경책 생각이 났다. 도대체 내가 갖고 있는 이 성경책은 어떤 내용이 쓰여져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인터넷을 통해서 이곳저곳을 뒤저기여도 자세한 내막을 알 수가 없었는데 '성요셉성월'이라고 치니 몇개의 자료가 나와 있었다.


한자로 요셉성월이라 쓰여있고 한문으로 若瑟聖月(약슬성월)이라고 붓글씨로 쓰여있는데 예전에는 표지가 따로 있었는데 훼손되어 따로 만들어 써넣은 듯했다.성모 마리아의 배필이며 예수의 양부(養父)인 성 요셉을 특별히 공경하기 위해 3월을 요셉성월로 지정하여 덕을 기리는 기도를 올리는데 그때 사용하기 위한 교재인 듯했다.


이곳저곳 검색을 통해서 이책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었는데 내가 갖고 있는 책은 1887년에 활판된 것이었는데 이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862년 중국에서 간행된 중국대주보성약슬성월(中國大主保聖若瑟聖月)의 한글역(譯) 활판본으로, 1887년 서울의 성서 활판소에서 초간 되었고, 이후 내용에 첨삭이 가해지면서 1961년까지 거듭 중간되었다. 내용은 요셉공경에 대한 것으로 요셉 공경의 의미와 묵상 및 요셉의 행적 등이 요셉 성월이 시작되는 날로부터 끝나는 날까지 31일 분량의 일과(日課)형식으로 수록되어 있다. 책의 첫 부분에는 요셉 성월에 지켜야 할 5가지 규례(規例)가 실려 있고 이어 본문 부분에는 31일 분량의 일과가 수록되어 있으며, 끝부분에는 요셉에 대한 기도문들이 실려 있는데, 본문 부분을 이루고 있는 각 일과는 요셉의 행적과 그 의미를 소개하는 '초사'(初思), 초사의 묵상 내용을 마무리해 주는 '종사'(終思), 일과의 내용에 따른 '의행지덕'(宜行之德)[마땅히 실천해야 할 덕]과 '당무지구'(當務之求)[마땅히 힘써 청해야 할 기도], 그리고 요셉과 관계 있는 여러 성인들의 행적을 소개한 '성적'(聖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요셉성월 보다 앞서 요셉 성월의 신심서로 활용되던 책은 요셉 성월인데, 이 책은 1872년 북경(北京)에서 간행된 성약슬성월(聖若瑟聖月)을 번역 필사한 것으로 활판으로는 간행되지 않았고 1887년 성요셉성월 이 활판으로 간행되고 계속 중간되자 자취를 감추었다.<출처:http://shop.paolo.net>


이 책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는데 1887년 서울의 성서 활판소에서 초간된 후 1961년까지 중간되었다고 한다.활판으로 초간된 후에 자그마치 74년동안 간행되었다고 한다.


한글로 기록된 이책은 지금은 쓰이지 않는 한글 ㆆ,ㅿ,ㆁ,ㆍ,중에 아래아만 남아있었고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은듯 옛날을 녯날로 임종을 림종으로 표기한 것도 보였다.


놀라운 것은 책의 무게였는데 두장을 겹으로 한장을 만든 것이 100장이었는데 책의 무게가 160g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라면 한 개의 무게가 120~125g인점을 감안하면 책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책이라 점과 또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유품이라는 점과 처음 출판된 초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