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에 빠진 아내 때문에 빚독촉 받는 후배

2009. 3. 15. 02:35세상 사는 이야기

나와 대학 동기인 동생이 있다. 학교는 같이 다녔지만 나이가 위인 나를 형이라 부른다.
지금도 자주 만나 술친구를 하는데 어제도 주말에 모처럼 술을 마셨다. 학교 다닐 때는 늘 장학생이었고 모범생이었던 동생은 학교를 다니다 갑자기 발병한 병 때문에 휴학계를 내게 되었다.
그것이 교사로 나가지 못하게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몇년 후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교사를 포기했
다.
가정적으로 힘들고 몸도 편치 않은 동생은 우선 생활고를 면하기 위해 강사를 시작했고 몇년 후 고향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실력도 뛰어나고 유머까지 겸비한 후배는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났고 나중에는 학교에 까지 출강하게 되었다.그후 어느덧 동생은 19년차 기간제 교사직을 하고 있는 셈인데 그에게는 딱하나 단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너무나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해야할 것에는 철저한 프로의식이 있었지만 수업이 없는 날에는 날마다 술을 마시곤 했다.
나와 함께 학원을 운영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수업이 없는 날에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 그때마다 술을 줄이라고 권했지만 말뿐 고쳐지지 않았다.

후배와 내가 다시 만난 것이 15년이 되었으니 참 오랜 시간을 술을 마신 셈이다. 그런데 그토록 말을 아끼던 후배가 술을 많이 마시게된 이유를 내게 털어 놓았다.
아직 내가 집이 없는 이유를 아느냐며 이야기를 시작한 후배는 자신이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빚더미에 앉은 이유는 바로 다단계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달마다 200만원 이상을 꼬박꼬박 챙겨다 주었는데 늘 돈이 없다는 아내가 이상해 추궁해보니 다단계에 빠져 물건을 사느라 돈을 모두 썼고 남에게 돈까지 빌린 상태였다고
 한다.
늘 학교로 학원으로 밤낮없이 일하는 후배가 집안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이미 아내가
다단계에 중독되어 버렸다고 했다.

                                                                                                      <이미지 출처: 뉴시스>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타일렀고 심하게 다투기 까지 했지만 최고의 직급에 오르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다단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동네의 아주머니들과 팀을 이뤄 다니며 물건을 팔았고 급기야는 한곳이 아닌 여러곳의 다단계 회사에 가입했고 친인척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시는 안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하고 후배 몰래 계속된 아내의 다단계.....
이런 속사정을 혼자서 끙끙 앓고 지내던 후배는 자연스레 술을 가까이 하게 되었고 밤에도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후배를 주변 사람들은 아내는 열심히 일하는데 맨날 술이나 퍼마신다며 손가락질 했다고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월급을 다단계로 날려버리는 것도 부족해 산지 얼마되지 않은 차량마저 차압되어 경매로 넘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전에 또 다른 사람이 와서 아내가 이천만원의 빚을 졌으니 갚으라고 찾아 왔다며 다른 사람에게 속내를 꺼내봐야 내 얼굴에 침뱉는 격인데 이런  사정을 누구에게 이야기 하겠냐며 괴로워하는 후배를 보니 그동안 참 많이도 속이 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 뿐인데 지금 남은 것은 빚뿐이라며 한숨을 쉬는 후배... 앞으로는 절대 아내에게 통장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모처럼만에 늘 가슴에 맺혔던 이야기를 털어 놓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며 술을 들이키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굳이 다단계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을텐데 후배의 아내는 왜 다단계에 빠져들었을까......아직도 내 주변에 다단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