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화 받고 우체국에 온 아줌마

2009. 3. 9. 16:04세상 사는 이야기

월요일 오전에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서울에 기숙사에 있는 아들로 부터 전화가 왔다. 지난번에 가져가지 못한 물품들을 택배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보내달라는 말에 부랴부랴 물건을 갖고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우체국에서 물건 크기에 맞는 종이상자를 사서 포장을 하고 주소를 쓰고 있을 때 였다.
우체국 앞으로 한 아줌마가 오더니 우편물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우체국 직원이 반송 안내문을 읽고 왔냐고 하자 방금 전화를 받고 왔다고 했다. 우체국 직원이 보이스피싱 전화같다고 하니 아니라며 지금 기다리고 있는 우편물이 있었는데 마침 전화를 받고 달려왔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자격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자신에게만 아직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던 차에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다시 직원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확인을 해보았으나 도착한 우편물이 없다며 보이스피싱 전화가 확실하다고 했다. 전화받은 상황을 설명해보라고 하니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우체국입니다. 소포가 도착하여 반송예정입니다. 다시듣고 싶으시면 0번, 안내를 원하시면 9번을 눌러주십시오’라는 안내멘트가 나와 9번을 누르니 갑자기 여자가 나와 집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자세하게 물으며 한참을 이것저것 묻는 척하다 전화가 끊겼다고 한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발신자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번호가 찍히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은 우체국에서는 우편물 배달과 관련하여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을 묻지 않으며 전화나 ARS로 안내하지 않는다며 전화사기에 조심하라고 했다.
바쁜데 엄한 시간만 버렸다며 돌아서는 아주머니 모습을 보며 아직도 보이스피싱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해 택배를 보낼 물건을 저울에 올려놓으면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요즘도 보이스피싱 때문에 우체국을 찾는 사람이 많은가요?"
"그동안 홍보를 열심해 해서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요즘도 하루 5명정도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우체국을 찾아 옵니다". 대부분 전화로 우편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오는데 무작정 우체국으로 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은 우체국을 비롯한 KT,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찰청, 법원, 국세청, 택배회사,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대민서비스를 수행하는 각종 기관을 사칭하여 발생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화가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 인터넷 전화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걸려오고, 발신기 조작을 통해 발신 전화번호를 세탁해 발신지 추적이 어려워 수사기관에서도 범인 추적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알면서도 얼떨결에 당하기 쉽고 특히 나이드신 어른들의 피해가 크다고 했다.
끊임없이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교육과 대비책이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