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음주예절 알려 주려고 했더니...

2009. 3. 11. 10:29세상 사는 이야기

올초부터 대학에 입한한 아들 때문에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600만원에 육박하는 공포의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대출을 받으러 다닌던 일이며 대학입시 때문에 지방에서 오르내리던 일과 기숙사에 짐을 실어다 주는 일까지....앞으로 아들 둘을 뒷바라지 할 일 것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합니다. 그렇다고 작은 녀석에게 남들처럼 과외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가 원하는 독서실을 보내는 것뿐인데도 허리가 휘어질 지경입니다.
올초에는 수능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며 괴로워하는 아들 때문에 속도 많이 끓었었는데 그때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고민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때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있었던 술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아들과 술을 처음 마신 것이 정확하게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였습니다. 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들과 만날 시간이 별로 없어 저녁식사를 하며 술 한 잔을 건넸습니다.예전에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에게 술 예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였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술 예절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술도 음식이니 엄연한 예법이 있으니  어르신에게 배워야 남에게 실수하지 않는다며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술잔을 받는 법과 술잔을 받아 허리를 돌려 조금 마신 후에 잔을 내려 놓는 것등 세세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에게 해주려고 술잔을 따라 주니 받자마자 반잔을 마셔 버렸습니다.
순간 아들이 이미 술을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 예법이라봐야 특별하게 거창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어른에게 술을 배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적지않이 당황을 하였습니다. 술을 한 잔 비우고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술을 언제 배웠냐고....그러자 아들이 학교 기숙사에서 선배들에게서 배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압에 의해서 마셨는데 나중에는 토요일에 기숙사에서 나와 친구네 집에서도 가끔 마셨다고 합니다. 친구네 집 아버지는 서울에 계시고 어머니는 보험 회사에 다니는데 늘 집이 비어있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주량이 얼마나 되는 것 같냐고 물었더니 아직 많이 취해본 적은 없는데 소주 한 병을 먹어도 별로 취기가 없다고 하더군요....아마도 집안 내력인듯 아들도 나를 닮아 술이 센 듯했습니다.
혹시 담배를 피우냐고 물으니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친구들 중에는 몇명 있고 점심 때면 학교 뒷산에 올라가 피우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늦었지만 아들에게 술을 마실 때 조심해야할 것을 다시 일러주었습니다.
특히 어른들과 술을 마실 때에는 꼭 예를 갖추어 두손으로 받고 마실 때에도 돌아 앉거나 상체를 돌려서 마시는 등 예를 갖추고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에도 남에게 술을 강요하지 말고, 술잔을 돌리기나 폭탄주는 되도록 마시지 말것과 몸이 비틀거리도록 폭주하지 말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담배는 배우지 말 것을 부탁했습니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학교에서 배우겠지만 한 번 배운 담배를 끊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이제 담배 끊은 지 9년이 된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며 소주 한 병을 나누어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며칠 전에는 강릉의 모대학에서 신입생이 술을 마시고 기숙사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해마다 오리엔테이션 때면 발생하는 대학생의 음주사고 때문에 긴장의 연속입니다. 혹시 아들이 강요에 의해서 술을 마시거나 그로 인해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자녀들의 음주예절을 언제 가르쳐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초등학생도 담배를 피우는 세상이고 웬만한 중학생들도 술 마시는 것이 다반사라는데 딱히 적절한 시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예전 일을 생각하면서 아마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부모님도 상당히 많으시리라는 생각에 몇자 끄적여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