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자주 듣는 말 "당신이 거지야?"

2009. 3. 6. 16:57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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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아내게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남이 쓰다 버린 물건을 잘 줏어 오는 버릇 때문에 물건을 가져 올 때 마다 아내가 내게 건네는 말이다. 이 버릇은 결혼하기 전 부터 생긴 버릇이니 족히 25년은 넘은 듯 하다.
손으로 뚝딱거리며 고치는 것을 좋아한 탓에 남이 버린 고장난 녹음기며 컴퓨터며 일단은 집으로 가져와 시험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늘 방안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런 버릇을 모르는 아내가 결혼을 하고 난 후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너무 자주 그러다 보니 심하게 다투기 까지 했다. 결국 아내와 타협을 했는데 가게에 갖다 놓는 것은 괜찮지만 절대 집으로는 가져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시 옛날 물건을 파는 공방을 운영할 때라 늘 하는 일이 망가진 옛 물건을 수리하고 판매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보니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것들이 조금만 손보면 모두 쓸모있는 것으로 보였다. 보이는 것마다 가게로 가져 와서는 고쳐 쓰기도 하고 남을 주기도 했다.
그 후 공방을 그만두고 학원을 하면서 바쁘게 살다보니 자연적으로 버려진 물건을 줏어오는 일이 없었는데 몇년전 부터 부동산 일을 하면서 부터 또 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토지 임야를 보러 시골로 자주 다니다 보니 다시 옛날 물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내가 질색을 하니 왠만한 것은 친구네 집에 갖다 두거나 시간 날때 고쳐 주기도 했다.
또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쓰레기 장에 쓸만한 물건이 눈에 띄면 본능적으로 다가가 살펴보게 되었다.


흠하나 없이 깨끗한 CD꽂이 이것은 지금도 아내가 사온 줄 알고 있는 물건이다.....


가운데 서랍이 달려있는 다용도 CD꽂이.....노란 서랍속에는 간단한 상비약과 건전지등 필요한 물건들을 넣어두었다.


가장 아끼는 항아리...이것은 벌써 15년이 넘은 물건이다. 동전이 생길 때 마다 넣어두는 저금통으로 쓰고 있다. 아들에게는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화수분과도 같은 곳이다...


일전에 갑자기 돈이 필요해 비운 적이 있었는데 모아둔 동전이 40여만원이나 되어 참 요긴하게 썼다.


투박한 멋이 일품인 작은 항아리 ..드라이 플라워를 꽂아 놓거나 연필꽂이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아내와 가장 많이 다툰 물건이다..누군가 김장 항아리로 쓰다 버린 듯 한데 조금씩 흠이 있지만 화초 받침으로 쓰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이다. 

사실 버려지는 물건 중에는 망가지지 않은 물건들이 참 많다. 그중에 정말 집에 꼭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에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집으로 가져 갔다. 친구가 주었다는 등 이사가는 사람이 선물로 주었다는 등 말되 되지 않는 거짓말을 하면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르는 척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점점 도가 지나치자 노골적으로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당신이 거지야?.....제발 버려진 물건 좀 줏어 오지마...."
"뭐, 어때 우리집에 필요한 것인데 깨끗하게 닦아서 쓰면 돼지 뭐....."
"그 물건들이 누가 쓰던 물건인지도 모르는데 찜찜하지도 않아?..."
결국 아내의 마음 속에는 아무 물건이나 들여왔다가 잘못하다 집안에 우환이 생길까 걱정을 했던 것 같다.
난 아무렇지 않은데 아내는 정말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은 버려진 책들에 관심이 많다. 동화책이나 위인전 소설 수필등 문학서적이 눈에 띄면 차 트렁크에 실어 놓았다가 필요한 곳에 갖다 주려고 한다. 그동안 조카들이나 인터넷을 통해 책을 보내주다 이번에 집에서 가까운 쉼터에도 처음으로 책을 갖다 주었다. 앞으로도 아내에게 "당신이 거지야," 소리를 들어도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처럼 버려진 물건을 줍는 버릇은 고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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