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아내가 잃어버린 도시락 알고 봤더니....

2009. 3. 4. 00:56세상 사는 이야기

오늘은 하루종일 무척이나 바쁜 날이었습니다. 내 일도 일이려니와 건망증 아내의 도시락 소동으로 하루가 바쁘게 지나간 하루였습니다. 아내는 아침이면 늘 보온 도시락을 싸서 가게로 나갑니다. 예전에는 지하상가에 식당이 있었는데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점심을 시킬 곳이 마땅치 않다며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식당이 사라진 이유보다는 대학 다니는 아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들의 교육비 때문에 한푼이라도 아껴볼 요량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아침이면 아내의 도시락을 싸주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보다 먼저 일을 보러 나간 후 오후 2시쯤 전화가 왔습니다. 손님 때문에 늦은 점심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도시락이 없다며 집에 놔두고 온듯 하다며 가까운 곳에 있으면 도시락을 갖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일도 끝나지 않았고 먼곳에 나와 있는 관계로 집에 들릴 일이 없다고 하자 아내는 허기가 지니 컵라면을 먹고 집에 두고온 도시락은 저녁으로 먹어야 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밤 8시 무렵에 아내의 가게에 들렀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손님이 많아서 배고픈 줄 몰랐는데 손님이 가고나니 더 허기가 진다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을 해보니 아내고 놓고 왔다던 도시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늘 갖고 다니던 종이봉투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분명 집에서 들고 나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내가 또 건망증이 도져 어딘가에 놓고 그냥 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나는 아침에 아내가 들린 곳을 물어보았습니다.
아침에 꽃집과 은행에 잠깐 들렀다 마트에 들린 것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114에 전화번호를 물어서 꽃집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벌써 퇴근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은행은 전화를 해봐야 소용이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트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혹시 그곳에 혹시 종이봉투에 든 보온 도시락을 보관하고 있지 않나요?" 그러자 전화를 받은 아주머니가 "아, 보온 도시락이요...여기 잘 보관하고 있어요..." " 아, 그래요....혹시 마트가 몇시까지 영업을 하지요?" "11시 까지 영업을 하니 그 안에 오셔야 해요..." 한다.
내가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 아내가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는 얼굴이 환해졌다.
"맞아 아침에 마트에 들렀을 때 잠시 보관해 놓고는 쇼핑한 물건만 들고 가게로 갔던 것 같아..." 
마트에 도시락이 있다는 소리에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억지로 꿰어 맞추는 아내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차를 몰고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지난 번에도 아내가 가게 열쇠를 마트에 두고 온 기억이 있던 터라 조용히 직원에게 보온 도시락을 찾으러 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다른 곳을 향해 큰 소리로 "언니, 이분이 보온도시락 찾으러 오셨어"라고 말을 건넵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듯 하여 얼굴이 화끈 거렸습니다.
가방 속에는 보온 도시락과 경비 아저씨가 키우는 토끼의 먹이로 준다며 가지고 갔던 과일 껍데기를 담은 검은 봉지가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미안한 듯 웃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아무리 건망증이 심해도 우리 가족과 집만 안 잃어버리면 되지 뭐......"
태연한 척 말은 하지만 본인 속은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울까....점점 심해지는 아내의 건망증 때문에 마음 불편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