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방문한 한총리 상인들의 반응은?

2009. 1. 16. 17:13사진 속 세상풍경

어제 아내와 함께 동대문과 남대문으로 물건을 하러 갔었습니다. 구정 전에 한 번은 다녀와야 한다면서 채근해서 다섯 시쯤 떠났는데 중간에 저녁을 먹고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무렵이었습니다. 디자이너 클럽 앞에 반품할 물건을 내려놓고 유어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잠시 쉬기 위해 광희시장 건너편 남성 사우나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시각은 12시 무렵이었습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가려는데 휴게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렸습니다.
방금 동대문시장에 한승수 국무총리와 일행들이 이곳을 다녀 갔다고 합니다. 15일 밤 늦게 동대문시장을 찾아 시장 현황을 보고받은 뒤 자정을 넘긴 시간에 남대문으로 이동했다고 한다.설 대목을 앞둔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고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하는데 상인들은 연례행사로 오기면 뭐하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민생행보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대동하고 장사하는 것을 방해해야 서민들의 아픔을 알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새벽 두 시 무렵 아내가 해놓은 물건을 싣고 남대문으로 향했습니다. 예보에도 없던 눈발이 내려서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자칫 눈발이 굵어지면 차량운행에 애로가 많아 아내를 재촉한 덕에 한 시간 먼저 남대문에 도착했습니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쟝띠모아와 퀸과 대도상가 그리고 삼익타운을 돌며 아내가 해놓은 물건을 찾아다녔습니다.
그곳에서도 방금전 한승수 총리가 왔다간 것이 화제가 되었는데 대부분 아주 부정적인 생각들을 쏟아냈습니다.
"날마다 입으로만 하면 뭘하누"
"2000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후 변한게 뭐 있나!....해가 바뀔수록 점점 상권이 죽어가는 곳에 와서 뭐한다는 건지 원..."


또 지방에 사입을 해주는 젊은 청년은 동대문에서 차량 통제를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애를 먹었다며 꼭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욕까지 먹으며 민생투어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이날 한총리는 "설 대목인데 생각보다 경기가 더 안 좋은 것 같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노력할 것이고, 모두 힘을 합친다면 어려운 상황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상인들이 "장사가 잘 안 된다. 제발 경제를 살려 달라"는 상인들의 푸념에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합니다.
한총리가 남대문 상인회 사무실과 의류 매장 등을 찾아 물가 동향을 살피고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는 소식을 접한 한 상인은 상스런 말로 "그 XX들 여기를 뭐하러 왔대...와 봐야 변하는 것 하나도 없고 귀찮게만 하는 X들인데...."하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세일을 해도 손님이 없다며 설날 고향에 가기는 글렀다는 아주머니의 탄식과 아예 문을 닫고 나오지 않은 상가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갔는지 의문이라며 총리의 방문이 그저 귀찮은 일회성 일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