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4. 10:29ㆍ사진 속 세상풍경
요즘 길거리에서도 공중전화 보기가 쉽지 않다.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 공중전화들이 사라진 것은 휴대폰의 등장으로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관리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앞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는 유리창이 깨져있어도 고쳐 놓지 않을 뿐더러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중전화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요즘 공중전화를 쓰는 사람들은 집에서 휴대폰을 깜빡 놓고 나왔을 경우나 잃어버렸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신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을 경우 종종 공중전화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생각하니 벌써 10년이 넘은 듯하다.
일의 성격상 휴대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탓이기도 했지만 늘 여분의 휴대폰 밧데리를 갖고 다녀 공중전화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공중전화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모른다. 마치 시내버스를 타보지 않아 버스 요금을 모르는 것처럼.....
어제는 시장을 나가는 길에 낡은 공중전화를 발견했다. 시장 주차장 오른쪽 끝집에 있는 슈퍼에서 운영하는 공중전화 같은데 박스가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예전에는 공중전화를 분실할까봐 열쇠롤 잠가 놓았던 흔적이 남아있었는데 눈비가 오면 고스란히 맞을 수 밖에 없는 공중전화....아마 그래서 녹이 심하게 난 것 같았다.
빗물이 고일까 종이상자를 받쳐 놓았는데 내부도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심하게 나있었다. 과연 아직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넣는 곳에 테이프가 감겨 있고 여기저기 흠집이 많이 나 있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찾아서 집어 넣었다.
떨그럭 소리와 함께 100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졌고 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려고 수화기를 들었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수화기....귀에 대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더니 떨꺽 소리와 함께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중전화에는 금새 40원이라는 숫자가 떴다. 한 통화 요금이 70원인듯 했다.약간의 잡음이 느껴졌지만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휴대폰이 아닌 공중전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슈퍼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공중전화 최저요금이 3분에 70원이란다. 그리고 100원 아래의 십원단위 금액은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3분이상 통화를 하려고 200원을 넣었다면 140원의 통화료 이외에 60원은 되돌려 받을 수 없어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화기를 옆에 놓으면 된다고 했다. 예전에도 그랬는지 가물가물하다.
집으로 돌아와 서랍을 뒤적여 보니 예전에 쓰던 공중전화 카드가 몇 개 남아있다. 기념으로 받거나 선물 받은 것이 대부분인데 한때는 공중전화 카드가 선물하기 가장 좋았었다. 회갑선물로 개업선물로 부피도 적고 효용성도 컸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지갑에 공중전화카드가 늘 있었지만 지금은 갖고 다니지 않는다. 아내와 결혼 하기전 전화 데이트 하던 가리봉동 슈퍼 옆 빨간 공중전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한때는 최고의 필수품이었던 전화카드...그리고 공중전화...이제는 아련한 추억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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