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부러진 영랑호 전봇대들

2008. 12. 28. 14:43사진 속 세상풍경


토요일 저녁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들과 식사와 음주를 한 탓에 아침에 골이 띵합니다. 약을 먹고 잠시 누워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날마다 영랑호를 한바퀴씩 도는 형님이 그동안 폭설 때문에 가지 못하다 처음으로 영랑호를 걷다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영랑호를 돌다보니 이번 폭설로 무너진 전봇대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형님도 뵌지 오래된 듯하여 세수하고 영랑호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그사이 형님은 영랑호를 한바퀴 돌고 벌써 시내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형님이 일러준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영랑호 돌아가는 길은 아직 눈이 그대로 쌓여있고 차가 한대 다닐 수 있도록 눈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범바위를 돌아 400m 정도 갔을 때 형님이 이야기 하던 전봇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영랑호를 돌아가는 길에 있는 전봇대는 바로 옆에 있는 골프장 때문에 설치한 것인데 골프공이 날아와 영랑호를 산책하는 사람이나 차량을 파손할까 망을 설치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을 덮고 있어야할 망들이 모두 왼쪽으로 늘여져 있고 쓰러져 있는 전봇대 8개가 보였습니다. 범바위 쪽에서 가다 보면 모두 왼쪽 전봇대가 눈의 힘을 이기지 못해 쓰러졌습니다.


길 옆에 쓰러져 있는 전봇대들 오랜만에 영랑호로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모두 쓰러진 전봇대를 보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부러진 전봇대와 엿가락처럼 휜 철근들......눈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전봇대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진 듯합니다.



부러진 전봇대도 있고 아예 뿌리채 뽑힌 전봇대도 있었습니다. 1m 이상 묻혀있던 전봇대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듯 합니다.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상처입은 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있고 전신주에 박혀 있는 손잡이도 모두 휘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늘 골프공이 가장 많이 날아오는 지점이라서 도로 위를 망으로 둘러 놓았던 곳인데 호수쪽이 아닌 골프장 쪽의 전봇대만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봇대가 넘어지면서 상처입고 파인 나무 뿌리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한쪽으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으로 봐서는 누군가 길을 열기 위해 치워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시에 쌓였던 눈들이 길옆에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술술 뚫린 망에 눈들이 쌓이면서 얼어붙고 그 위에 쏟아져 쌓인 눈들이 눈폭탄이 되어 전봇대를 쓰러트린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나무 위에 걸려있는 파란 망들.....지금은 눈들이 녹아았지만 당시에는 눈으로된 터널이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비스듬히 서있는 전봇대도 당시의 충격으로 균열이 있었습니다. 건들면 푸석하고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당시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부러지고 갈라진 나무들이 뽀얀 살결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었습니다. 이제 시내의 도로는 대부분 교통이 원활해졌지만 제설작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은 눈들이 그대로 얼어붙어 치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랑호에 폭설 피해를 입은 곳은 또 있습니다. 영랑호 입구의 자전거 보관함이 눈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무너져 내렸습니다.


눈 속에 묻혀있는 자전거 보관함과 그 속에 보관되어 있는 자전거들....이곳은 아마도 눈이 녹기를 기다려야할 듯합니다.


발이 묶여있는 저 자전거들이 폭설이 내린 다음날 속초 시민들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영동지방에서는 이번 눈이 첫눈이자 마지막 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