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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줄어든 단골고객의 근황을 알아보니

2008. 12. 6. 21:26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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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혹한이 닥쳤다. 올 겨울 날씨보다 유난히 추운 것은 마음이라고 한다. 들리는 것이 실직이요. 명퇴요.부도 소식이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겨울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 아내의 가게에 오는 단골 손님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발을 끊은 손님도 많다. 아내의 가게에는 참새 방앗간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세상 소식을 전해주는 손님 덕에 아내는 TV도 없는 가게에서도 세상과 소통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요즘 모이면 즐거운 이야기보다 우울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단골고객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피치못한 사정이 있거나 불황의 여파 때문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단골 손님들의 고민도 천차만별인데 하나하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았다.

단골고객 1, 청소부 아줌마 

아내의 가게에 6년 단골인 아줌마는 5년동안 일하던 청소일이 끊겼다고 한다. 10곳의 건물에 청소를 하러 다녔는데 지금은 단 두 곳 밖에 남지 않았는데 머지않아 이마저도 그만 둬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건물들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매매가 되고 나면 그날로 청소일도 끝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용역회사를 통해서 일을 하다가 요즘은 소개로 직접 청소를 하곤 했는데 건물이 갑자기 매매되거나 경매로 넘어가 인건비를 떼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용역회사에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한다.

단골고객 2.노래방 도우미

2년전 까지만 해도 일이 넘쳤는데 도우미 단속을 하고나서 부터 일을 다니기 두렵다고 한다.그때는 노래방도 골라서 다녔는데 이제는 불러만 줘도 감지덕지라고 한다.그렇다고 아무곳이나 갔다가 단속 당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고 한다. 예전에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하다 경찰에 적발되었을 때 노래방 업주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 나왔다고 한다. 업주가 자기가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었지만.......
아이들은 친정엄마가 키우고 있고 달마다 송금을 시켜줘야 하는데 일이 없어 요즘은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단골고객 3 통신사 직원 아내

시에 있는 통신회사에서 시골로 발령 받은지 3년이 넘었는데 요즘은 주말부부가 아니라 월말부부라고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왔다갔다 하기가 쉽지 않고 요즘은 기름값 때문에 더더욱 주마다 올 수가 없다고 한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현장에서 작업을 할때나 회사 내에서 평가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머리를 쥐어 짜내고 있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또 휴대폰 판매 할당이 떨어지게 되면 온가족이 휴대폰 세일즈맨이 된다고 한다. 보통 20대의 할당이 떨어지는데 이때는 친인척을 동원해서 멀쩡한 휴대폰을 돈주고 바꿔주기도 하는데 이러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판매가 부진하면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옷을 벗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 소화시켜야 한다. 날마다 회사에 남아있기 위해 전쟁을 치루고 있다고 한다.

단골고객 4. 학원 원장님

몇 년 사이 지방에 있는 학원들이 심한 구조조정을 겪었다고 한다. 좁은 지역에 너무 많은 학원이 있다보니 학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어 문을 닫거나 큰 학원과의 합병을 통해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학원들이 많다고 한다. 서울에서 들리는 고액과외나 수강료문제 지방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실물 경기 한파로 수강생이 3분의 1 가량 줄었다고 한다.

 단골고객 5 보험 설계사

아내의 매장에서 가장 많이 오는 손님들 중에 하나가 보험 설계사다. 그중에는 소장님도 있고 이제 처음 시작하는 설계사도 있는데 오랜 경륜의 보험 소장님도 요즘은 설계사가 하도 많고 경쟁이 심해 보험계약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그중에 아내의 계원중에 막내가 보험설계사가 되었는데 6개월만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6개월동안 계약한 것은 10건이 채 안된다고 했다. 그중에 내 자동차 보험과 친인척을 빼면 순수고객이 가입한 것은 전무하다고 한다. 소장님은 그 단계를 넘어서야 설계사로 일할 수 있는데 아쉽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악화될 때 시작한 것도 한 원인이라 했다.

단골고객 6. 00 통장님

늘 바쁘게 들락거리는 통장님은 이곳의 터줏대감인데 요즘 얼굴이 밝지 않다. 왜냐하면 남편이 개인택시 기사인데 요즘 벌이가 형편없다고 한다. 거기에 가스값이 L당 1122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중이라서 손님을 찾아 다니기도 두렵다고 한다.
거기에 오랜 직업병으로 허리가 안좋아 병원에 다니는데 스트레스로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한다.
30년 기사 생활에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며 축처진 남편을 볼 때 마다 통장을 걷어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단골고객 7, 해물탕집 사장님

이곳은 뭐니뭐니 해도 고기가 많이 잡혀야 경기가 좋아지는 곳인데 명태는 고사하고 그 많던 오징어도 예전만 못하고 도루묵과 양미리 마저도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생물로 매운탕을 하고 싶어도 고기가 없어 냉동된 것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재료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손님마저 없으니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지난 주에는 손님이 25000원 짜리 도루묵을 시켰다가 도루묵이 6마리 밖에 안들어 갔느냐고 따지는 바람에 실갱이를 벌였다고 한다.
워낙 도루묵 값이 비싸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며 언성을 높여 곤욕을 치뤘다고 한다.
지난 해에 비해 매상이 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많은 단골 고객들이 있지만 대부분 어려운 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래도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둘러보면 소외된 이웃과 혼자사는 독거노인들이 부지기수인데 이 추운 겨울을 어찌 날까 걱정된다는 통장님의 말처럼 모두가 다 힘들지만 힘들수록 함께 마음을 나누는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모든 사람들이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따듯한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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