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만난 소달구지 끄는 소

2008. 11. 21. 09:54사진 속 세상풍경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람들 모두 옷이 두툼해졌다. 첫눈이 내렸다는 대청봉 위에서 부는 매서운 바람에 마음도 꽁꽁 어는 듯하는데 오늘 아침 아이 등교길에 만난 소달구지 끄는 소를 보며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꼈다.
학교를 돌아나오는데 소달구지에 김장용 배추를 잔뜩 싣고 오는 할아버지와 소를 보고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있다.
바로 예전에 포스팅을 했던 콘테이너에서 크는 소였는데 그때 보았던 달구지와 똑같았다.
이 달구지는 리어카를 개조해서 만든 것인데 아직도 도시에서 소달구지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신기하고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게 해주었다.
차를 세우고 할아버지를 따라 가본 곳은 주택가 밀집지역 달구지를 벗은 소는 뿔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는데 나이가 꽤나 많이 든 듯했다.
"할머니 이 소 나이가 몇 살이예요..."
하고 묻자 사람으로 치면 한 50은 넘었다고 한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75세라고 맞받아 치신다.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친구라는 뜻인가보다.
그동안 소의 뿔이 하늘로 치솟거나 앞으로 휜 것은 보았지만 양처럼 아래로 내리뻗은 것은 본 적이 없어서 참 신기하기도 했다.
주인을 닮아서 너무나 순한 소 ......
함께 산지가 벌써 15년이라고 하니 정말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고 가뿐 숨을 몰아쉬는 소....손으로 만져도 경계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마도 소의 뿔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은 남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소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볼수록 친근함이 가는 달구지 끄는 소........오래도록 건강하게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