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낚시도사의 죽음

2008. 11. 14. 11:46세상 사는 이야기

이틀 전 속초시 동명항에서는 한 노인이 방파제 삼발이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파제 끝까지 나가 바다를 구경하곤 하는데 방파제 밖으로 나가면 흔히 삼발이라고 하는 시멘트로 된 구조물이 얼키고 설켜 있는데 그 사이로 추락해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머니에는 낚시 도구들이 발견되었지만 여타 낚시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낚시를 하기 위해 방파제 밖으로 나갔다가 발을 헛디뎠거나 미끄러져서 삼발이 틈으로 빠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다음 날 경찰들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낚시꾼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하루종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의 가게에서 경비원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죽은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노인의 나이는 71세인데 고향은 북쪽인 실향민이었다고 한다.비쩍 말랐지만 아주 건강해보였고 낚시를 워낙 잘해서 주변 사람들이 낚시 도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미끼도 남과 다른 것을 사용하고 낚시를 매는 법이나 채비하는 것 부터 남과 달라서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배우려고 따라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고기도 어디에 큰 것이 있는지 훤하게 알고 있어 늘 커다란 월척은 그 노인의 몫이었다고 했다.
날마다 낚시를 나오는 이유는 답답하고 이제 고향으로 갈 수 없다는 허전함을 달래려고 바다로 나온다고 했다.
나오면 바닷가에 같은 실향민들을 만날 수 있고 잡은 고기로 소주 한 잔에 회포를 풀 수 있어 좋다던 노인.
며칠 전에는 요즘 한창 나오고 있는 양미리에 소주 한 잔을 같이 했었다는 경비원 아저씨는
"날마다 술 한 잔 하면 죽기 전에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하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허전한 마음을 낚시로 풀며 실향의 고통을 안으로 삭이던 노인은 아마도 사고가 나던 날도 운동화를 신고 방파제 끝쪽에서 고기를 잡으려고 나갔다 실족사 했거나 고기가 물려 릴을 감다가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났을 확률이 크다고 했다.
낚시꾼이나 관광객들이  늘 위험하게 느끼는 삼발이는 젊은 사람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해 참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낚시를 하지 않으면서 그곳에 갈리가 없다는 경비원 아저씨는 늘 바다를 좋아하더니 결국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다면 아쉬워 했다.
실향민이었고  바다를 좋아했고 낚시도사로 불렸던 한 노인의 죽음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