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연탄재와 장작을 다시 보니 걱정이

2008. 11. 17. 09:53세상 사는 이야기

올 겨울은 유난히 힘든 겨울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실물경제가 추락하고 그 여파로 지방경제는 아사직전에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정규직 공무원이나 고정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은 그나마 낫지만 일용직이나 임시직은 늘 하루가 가시방석이라고 합니다.
일거리는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인원을 감원하거나 쓰지 않아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도시에는 고철과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합니다.
고철과 폐지가격의 폭락으로 하루벌어 하루 살기마저 힘든데 설상가상 닥처온 겨울은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했습니다.
하루종일 고철과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는 5천원을 벌었지만 요즘은 가격 폭락으로 2~3천원 벌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폐막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고철값은 4분의 1 가격으로 추락하고 폐지가격 역시 3분의 1 가격으로 떨어졋다고 합니다.거기에 경기불황으로 고철과 폐지를 주우려는 경쟁자가 많아져 잠시도 쉴틈이 없다고 합니다.
아직 은행잎이 노랗고 국화꽃이 한창인데 벌써 주변에서는 난방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아침 아들 등교를 시키고 돌아오다 쓰레기 버리는곳에 쌓아둔 연탄재를 보니 옛날 생각이 불쑥 떠 올랐습니다. 대학입학 후 처음 얻은 자취방에서 연탄을 피우다 죽을 뻔한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당시 집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온돌이었는데 처음 얻은 자취방이 공교롭게도 우사를 만들려다 개조한 방이었고 연탄 보일러가 잘못된 줄도 모르고 불을 피웠다 가스냄새를 맡은 친구의 도움으로 참변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하다면서 장판을 걷어보니 시멘트 바닥이 채 마르지도 않은 곳에서 하얀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요즘 경기가 안좋다 보니 도시에는 옛날처럼 다시 연탄보일러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쓰레기장에는 연탄재가 쌓인 풍경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름보일러를 10만원대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당장 기름값을 줄이지 않으면 겨울을 나기 힘들다고 합니다. 벌이가 없는데 비싼 기름을 때려니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향의 친구들도 벌써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와 화목보일러 겸용으로 만들어 겨울을 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장작더미를 보는 것도 낯선 풍경입니다. 예전에는 여유있는 사람들이 집안에 벽난로를 설치해 담밑에 통나무를 쌓아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낭만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한숨을 짓습니다. 땔나무를 하기 위해 리어카가 등장하고 도끼로 장작을 패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사랑의 언탄은행이 생겨 저소득층 가구의 겨울나기를 돕고 있지만 올해는 연탄이 턱도 없이 부족할 거라고 합니다. 연탄의 소비가 급속히 늘어나 수요를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연탄판매소 직원도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서민들에게 연탄은 필수품인데 올해 들어 연탄값이 대폭 오르면서 서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걱정을 합니다.올해 연탄값은 287원, 여기에 배달비 등을 포함하면 장당 400원 안팎입니다. 지난해보다 30%가량이나 오른 가격인데 연탄값이 오르면서 겨울을 앞둔 서민들의 근심만 커져 갑니다.


도시 한가운데서 지게를 보는 것을 향수로 생각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절박함만이 남았습니다. 나무 보일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기름값을 아끼려고 화목보일러를 설치했는데 나무 구하기 쉽지 않아 나무를 사와야 하는데 요즘은 나무를 찾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서민들에게 겨울은 달갑지 않은 계절임이 분명합니다.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방금 9시 30분 뉴스에서는 G20에 참석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과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음성이 나오더군요.
먼나라에서 들려오는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