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망친 아들과 술한잔 했습니다.

2008. 11. 15. 09:04세상 사는 이야기

어제는 수능을 마친 아들과 술한잔했습니다. 기숙사에서 짐을 빼오는 동안 말이 없던 아들이 손님을 만나고 집에 들어오니 아내와 함께 울고 있었습니다. 수능을 망쳐서 너무 속상하다며 고등학교 3년동안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갔는데 막상 가보니 학교에서는 전문적인 예술인의 키우는 것도 아니고 수능을 대비해서 학업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너무나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고집해서 갔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교과를 쫓아 가려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3학년이 되어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열심히 했지만 이미 뒤쳐진 것을 열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식 공부는 아직 부모의 철저한 관리만이 성적을 올릴 수 있는데 아이를 너무 방치한 것 아니냐며 나를 원망합니다.
나는 아이가 어릴 적 부터 자신이 목표를 세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깨우칠 때 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결과는 아무래도 실패한 듯 합니다. 관리와 자율이 적절하게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후회도 들더군요....


아이를 불러 술한잔을 건넸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아들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습니다.
"이제 끝난 일이다. 네가 눈물 나도록 후회되고 서러우면 마음껏 울고 앞으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 된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고 수능이 네 인생의 전부는 될 수 없어...."
"네 나이 이제 스무 살이 되어 가는데 아직 너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서를 살이 되었을 때 뒤돌아서서 또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해봐"
아이는 3년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체력적인 안배도 실패한 듯했습니다.
수능시험 보는 전날 잠을 푹잤는데도 몸이 무척 무거웠다고 합니다. 긴장감도 컸었고 점심을 먹고 영어시험을 볼 때는 지문을 읽을 때 현기증이 나고 글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가 해주어야할 체력적인 일부터 기초학습 관리부분이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는 아내......
아들의 어깨를 두르리며 위로를 해주어도 눈물인지 술인지 모를 정도로 범벅이 된 술을 들이키는 아들....
"오늘은 푹 자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아들아...."
"남보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하면 된다....훗날 오늘의 네 눈물이 네 인생을 푸르게 해줄 단비였다고 생각되도록 최선을 다해봐...."
하지만 무슨 말을 하던 아이나 나나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기는 매한가지 였습니다.
아이가 잠들고 난 후에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밤 두 시에 나가보니 밖에는 비가 내립니다.
내일은 해가 뜨고 그 따사로운 햇살이 아이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