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아들에게 쓴 편지

2008. 11. 13. 14:38세상 사는 이야기

아들아,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결국은 네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입시장으로 들어갔을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구나.
며칠 전 부터 네게 해줄 말을 생각했었고 너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지금 네가 들어간 정문에서 우두커니 서서 먼 교실을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이 한없이 미안하구나....
넉넉지 못한 생활 속에서도 다른 학생들에게 기죽지 않고 제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나 엄마 아빠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었지, 맞벌이 한다는 이유로 너희 둘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성적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형편 없었지만 지금도 믿는 것은 단 하나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란다....남에게 해가되지 않는 일이라면 네가 원하고 꿈꾸는 것을 모두 들어주고 싶은 것이 엄마 아빠 마음이라는 것 너도 알지?
다른 학생들은 일찍 진로를 결정하고 앞으로 나갈 때 너는 중학교 3학년 1학기 까지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었지. 2학기 시작해서야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전공하고 싶다며 디자인과에 가겠다고 할 때는 정말 당황했었지. 남들은 몇년간 미술학원에 다니고도 불안하다는데 단 한 학기만 미술학원을 다니고 예고를 간다고 하니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몰라...
다행이 뒤늦게 학원에서 밤을 새며 목표를 위해 돌진하는 너를 보면서 역시 자신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할 의지가 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지


늘 네가 후회하던 말 .....
"너무 늦게 철이 들었나봐요. 막상 가려고 하니 시간이 너무 없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뒤떨어진 공부 때문에 늘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엄마 아빠는 정말 미안했단다.
다른 부모들처럼 학업관리를 해주지 못해서 그런 것 같고  정성을 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자책감도 들곤 했단다.
지난 번 수시를 보러 갔을 때 경쟁률이 58대 1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사실은 아빠가 더 놀랬단다.
바늘 구멍 같은 곳을 들어가기 위해 모였던 많은 수험생들 틈에서 경쟁하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는지 모른다.
아들아, 네가 그랬지 ....기대하지 말라고.........네가 부담을 가질까 그러마 했지만 어느 부모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니...
하지만 11월 20일 발표하는 수시 발표에서 붙든 떨어지든 아빠는 너를 믿는다.
또 수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아빠는 너를 이해한다.
지금 네가 시험문제와 씨름하는 동안에 그냥 기다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너는 얼마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겠니...
58만명의 수험생 중 하나인 내 아들아...네가 아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렴 ... 
아직 시험이 끝나려면 3시간 조금 더 남은 듯 하구나
시험을 마치고 나올 때 정문에서 만나자
정말 수고했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