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된 초당 정미소 요즘도 바빠요

2008. 11. 13. 13:22사진 속 세상풍경

강릉시 초당동은 초당두부로 유명한 곳이다. 직접 바다에서 떠 온 간수로 만드는 두부의 맛은 정말 일품이다.
28년전 이곳에서 대학을 다니던 친구는 초당두부를 만들어 팔던 집에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아침이면 두부 만드는 소리며 냄새와 또 주인 아주머니가 건네주던 순두부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이마트에서도 초당두부를 팔긴 하지만 옛날의 그 맛에 견줄 수는 없다.
가끔 강릉을 찾을 때 마다 모두부와 순두부를 먹곤하는데 추억이 서린 옛날 맛을 다시 맛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오늘도 모처럼 강릉에 나오는 길에 어김없이 초당동에 들렀다. 홍길동의 작가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 생가를 둘러보고 옛 강릉대학교를 돌아 초당동으로 들어섰는데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다른 것은 다 변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 그래 바로 초당 정미소였다.
친구가 학교를 다니던 28년 전에도 분명 있었던 정미소 .....반가워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작고 아담한 초당정미소 왼쪽의 시커먼 간판은 예전에 있던 것이고 오른쪽은 잘 보이지 않아 새로 단 간판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햅쌀을 찧느라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바쁘다. 주인과 보조로 일하시는 분과 함께 둘이 정미소를 운영한다는 사장님은 올해로 이 방앗간을 운영한지 47년째라고 한다.
이곳은 일제시대 때 부터 방앗간이 있었는데 6.25때 불타없어진 것을 그 자리에 다시 짖고 운영하다 1963년 부터 사장님이 운영을 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이 아파트 단지가 되었지만 옛날 경포에서 나오던 쌀은 대부분 이곳에서 도정을 했다고 한다. 아직도 옛날 기계로 도정을 하지만 현대식 기계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거미줄이 잔뜩 기어있고 쌀겨가루가 묻어 어수선해 보이지만 이곳에는 사장님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는 곳이라 손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사장님이 이 정미소를 인수하면서 상량식 때 올렸다는 현판이 보인다. 1963년 11월 4일 상량했으니 정미소와 함께 한지가 47년이 된 셈이다. 옛것은 하나 둘 모두 사라지고 새것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옛날 정미소 풍경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옛날 방앗간 안쪽의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아보았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젊은 사람에게는 생소하고 투박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계소리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에 젖는 내게는 마치 유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듯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