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수시 보는 동안 영화 식객을 관람하다

2008. 11. 8. 13:55연예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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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아이와 함께 경기도 수원으로 수시를 보러 갔었다. 전날 밤에 숙박할 곳을 찾지 못해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헤매다 간신히 잡은 모텔은 영락없는 러브모텔이었다. 성인용품점이 모텔안에 있었고 모텔 안도 일반모텔과는 확연히 달랐다. 탁자 위에는 콘돔이 놓여있고 욕실에는 월풀시설이 되어있었다. 늦게 잠들었지만 시간에 맞춰 일어나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학교에 들어갔다. 디자인과에 지원한 아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나와 마땅하게 갈 곳이 없어 학부모 휴게실에 들어가보았다. 그곳에는 학부모를 위한 커피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고 작은 화면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와서 학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다시 돌아와 보니 두번째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던 허영만 원작의 식객이었는데 평소에 보고 싶었지만 짬을 내지 못해 아쉽게 포기했었던 터라 자리에 앉아 식객을 보기 시작했다. 
원작 만화를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화만을 놓고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 맛을 자랑하는 운암정의 대를 잇기 위해 제자들 중 단 한 명의 요리사를 선출하는 자리. 음식에 마음을 담는 천재 요리사 ‘성찬(김강우 분)’과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 ‘봉주(임원희 분)’ 는 후계자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친다. 요리대결의 과제는 황복회! 두 요리사의 실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맛과 모양이 뛰어난 최상급의 요리지만, 성찬의 요리를 먹은 심사위원들이 갑자기 복어 독에 중독되어 하나 둘씩 쓰러진다. 이 모습에 당황하는 성찬과 옆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봉주. 결국, 운암정의 후계자는 봉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리고 5년 후,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칼이 발견되고 그의 적통을 찾는 요리대회가 열리게 된다. 5년 전 실수로 요리에서 손을 뗀 천재요리사 성찬은 요리대회를 취재하는 열혈VJ 진수(이하나 분)의 끊임없는 권유와 숙명적 라이벌인 봉주의 등장으로 요리 대회 참가를 결심하고, 현존하는 최고의 요리사 자리를 놓고 다시 만난 성찬과 봉주. 그리고 이 둘의 팽팽한 대결을 지켜보는 진수. 천재 요리사 성찬을 넘어 대령숙수의 적통을 차지하려는 야심가 봉주와 그의 강력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성찬은 드디어 결선에서 맞서게 되는데..
<출처:다음 영화 줄거리>

이것이 영화 식객의 줄거리인데 영화를 감상하면서 너무나 뻔한 스토리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맛깔스런 각종 음식에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움직인 것은 성찬의 할아버지에 대한 효심이었다. 치매에 걸린 듯 늘 성찬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할아버지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모시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리고 성찬의 보조자 호성으로 나오는 연기자 정은표와 바람의 나라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우중거 역의 김상호의 연기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스토리에 감초역활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사형수 숯장이 성일 역의 안길강의 고구마에 얽힌 사연과 연기를 보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권모술수를 사용해서라도 후계자가 되려는 봉주(임원희 분)와 타고난 천재 요리사 성찬(김강우 분)의 대결 구도 속에서 이들이 없었다면 극의 재미는 반전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란말이, 된장찌개, 라면부터 꿩 완자전골, 연계찜, 육회, 섭산적, 화양적, 도미면, 황복회 등 궁중요리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했지만 내 입맛을 다시게 한것은 된장찌개와 라면이었다. 열혈VJ 진수(이하나)가 처음 성찬을 만났을 때 성찬이 차려준 배추쌈과 보글보글 거리는 된장찌개는 점심시간이 다되서 그런지 내 뱃속의 삭욕을 한껏 돋구었다.

                                                                                       
찰랑찰랑 거리는 라면 역시 군침이 돌았는데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다라는 깨달음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또 하나 불가마에서 구워 나온 삼겹살은 참을 수 없는 허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귀에 잉잉 거리는 것은 성찬의 말 한 마디였는데 "세상에 맛있는 음식의 숫자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라는 대사를 듣는 순간 왈칵 작년에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어머니의 손맛.........식객에 음식이 나올 때 마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입안에 맴돌았다.
영화 식객의 완성도를 떠난 개인적인 감상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이가 수시를 보는 내내 몰입하게 만들었고 영화를 보면서 허기를 느끼게 해주었고 어머니 생각에 마음 미어지게 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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