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학가요제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

2008. 10. 5. 11:06연예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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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1시까지 아내와 함께 대학가요제를 보았다. 올해로 32년을 맞는 MBC대학가요제는 그동안 가수를 꿈꾸는 대학생에게는 선망의 무대였다.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시작된 MBC대학가요제는 그때 당시 없었던 참신함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열정이 그대로 배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물론이고 대학생이었던 형 친구들 그리고 중학생 동생들까지 흥얼되며 따라 불렀다.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밀물과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김학래 임철우의 "내가"이명훈 한용훈의 "꿈의 대화"는 어디를 가나 최고의 레퍼토리였고 전교생이 합창을 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대학을 가서도 마찬가지 였는데 이유진의 "눈물 한 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 높은 음자리의 "바다에 누워"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MBC대학가요제의 뒤를 이어 1979년 청평에서 처음 열린 강변가요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나에게는 최고의 애창곡인 홍삼트리오의 "기도"를 필두로 주현미, 이선희,권진원, 박미경,이상은,이상우가 강변 가요제를 통해 가수로 데뷔하였다.또 지금의 트로트 여왕 장윤정도 1999년 "내 안에 넌"으로 대상을 거머쥐었지만 아쉽게도 주목을 받지 못하다 2004년 발표한 "어머나"가 히트하며 트로트계의 중추적인 가수로 발돋움했다.

                               <사진=2008 MBC 대학가요제 홈페이지 켑쳐>

그야말로 대학가요제는 7080세대에게는 억눌렸던 문화 해방구였고 가요제에 입상한 대학생 역시 절정의 인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1988년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하여 젊은이들의 놀이문화가 다양해지고 가수들의 등용이 기획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부터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결국 2001년 22회를 끝으로 강변가요제가 막을 내리고 MBC 대학가요제 역시 예전과 같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늘 내가 대학가요제를 보아왔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추억의 얼굴들과 추억의 노래를 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그동안 MBC 대학가요제를 빛낸 산증인들은 보이지 않고 객들의 잔치로만 비춰지기 시작했다. 1년에 한 번 뿐인 MBC 대학가요제에서 추억의 스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나 아쉬웠다. 
아마도 그동안 세월이 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세태에 따라 흐를 수 밖에 없는 대학가요제측의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인 가수 이정선씨가 말했던 것처럼 대학생다운 참신함과 순수성은 사라지고 프로페셔널만 남았다는 한 마디가 현재의 대학가요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잘 짚었다고 생각한다.
대상을 받은 파티캣츠의 ‘노 터닝 백(No Turning Back)’은 참가팀 중에 도드라졌지만  개인적으로 대학생 다운 참신함과 순수함이 살아있는 팀을 굳이 꼽으라면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를 부른 랄라스윗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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