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노점상 갈곳이 없다.

2008. 11. 5. 08:51세상 사는 이야기

아내와 함께 의류시장에 가기 위해 동대문에 갔다. 평일에는 늘 사람들로 붐비지만 화요일에 물건이 많이 나온다며 가기를 재촉했다. 10여년을 동대문과 남대문에서 물건을 갖다 파는 아내는 요즘 마음이 편치않다. 장사가 예전만 못하고 동대문도 경기가 안좋아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고 한다. 거기에 동대문운동장과 야구장이 헐리고 주변 노점상들 마저 갈길을 잃고 후미진 곳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우울하다고 한다.
지난 달에는 동대문운동장 주변과 디자이너 혜양 아트플라자 주변의 노점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을 모두 변두리로 쫓아내고 경찰들이 밤새도록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기초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노점상 정리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지시할 정도로 중요시 하게 생각하는 과제인 듯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을 대동하고 동대문 주변의 도로상황과 노점상 단속에 대한 보고를 듣고 갔다고 한다.

     <도로 양쪽을 기동대 버스가 가로막아 노점상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도로 곳곳에는 경찰들이 쫘악 깔려있다.>

애당초 청계천 복원사업 때 밀려났다가 동대문 운동장 안에서 도깨비시장을 열던 사람들은 그나마 신생점포로 이전해서 안정적인  영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운동장 주변에서 노점을 하던 사람들은 아무 대책없이 쫓겨나 인적 없는 후미진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밤 8시에 30분에 좌판을 시작해서 새벽 4시 넘게 영업을 한다는 젊은 청년은 예전에 동대문운동장 주변에서 할 때 보다 매출이 형편없다고 했다. 어떤 때는 하루종일 만원어치도 팔지 못하고 돌아갈 때도 있다고 했다.


노점상들의 간절함이 배어있는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뒷편 천막에는 새벽까지 연합회 사람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곳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 한참을 기다려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노점상인들은 곳곳에 모여서 불안한 앞날에 대해 설왕설래 했다.
대책없이 쫓겨나 게릴라처럼 데모도 해보았지만 촛불시위 때 이력이 붙어서 그런지 별 힘도 쓰지못하고 유야무야 되었다고 한다.
현재 동대문 메트로 건물과 뉴죤쇼핑몰 사이의 후미진 곳과 서울시 기동대 건너편에서 노점을 펼쳐놓은 사람들은 서울시와 정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3대째 대를 물려가며 꼬치어묵을 팔던 아주머니도 호떡을 구워팔던 사람들 그리고 포장마차를 하던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악세사리나 의류를 파는 사람들과 생활용품을 파는 사람들만 남아 아직 장사를 하고 있지만 밀리오레와 두타 건너편에서 장사하는 복권방이나 여타 점포들도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한다.
딱히 정해준 곳도 없이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하는데 들리는 소문에는 가장 큰 동대문을 정리하고 나면 이어서 남대문과 명동까지 노점상을 모두 정리한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는 깔끔하고 규격에 맞는 시설로 개선해서 관광이미지를 살린다고 하는데 장애인과 기초생활 수급자를 제외한 사람이 받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 때문에 뒤숭숭하다고 했다.
:평생을 노점상을 하던 사람들 까지 대책없이 쫓아내는데 반발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최소한 영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준다면 저희들도 협상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시에서는 불법이고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민주당에서 종부세 폐지 반대와 부가세 인하를 위한 천만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서명을 받다가 귀찮다고 찢어버린 종이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또 에리어식스와 광희시장 앞에서는 노점상을 생존권을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없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일방통행이 아닌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별 방도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후미진 곳에서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발을 동동 구르는 노점상인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묘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