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신문 사러 오는 이상한 청년

2008. 11. 4. 21:48세상 사는 이야기

지금 나는 서울에 와 있다. 현재 시각이 밤 9시 40분... 아내가 쇼핑을 하는 사이 나는 밀리오레 건너편 노점상을 둘러보며 쇼핑을 하다가 유어스에서 컴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에 오면 한 두 시간 정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쇼핑을 한다. 쇼핑이라야 특별할 것도 없다. 아들이 사다 달라는 신발이나 양말 혹은 모자 같은 것을 사기도 하고 새로운 물건을 찾아다니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날마다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이 복권을 파는 곳인데 그곳에 갈 때 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주인 아저씨는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한다. 복권 한 장을 사면 일주일이 즐겁다.그렇게 들리게 된 복권방을 오늘도 변함없이 들렸는데 늘 이상하게 생각하던 청년이 또 눈에 띈다.
오자마자 돈을 2000원을 툭 던지고 신문 3부를 걷어 말도 없이 돌아서자 복권방 아저씨가 다급하게 소리친다.
"야,야,오늘은 1000원을 더 내놓고 가져가야 한다, 신문 내려 놔...."
"요 며칠동안 네가 가져간 신문이 몇 부인줄 알아?.....빨리 신문도로 내려 놔.."
청년은 아무 대꾸도 없이 신문을 들고 한참을 걸어가더니 길 한가운데에서 신문을 펴들고 보는 듯 하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아저씨는 한참을 소리치더니 이내 포기한 듯 손님을 받고 있다.
"저 사람 이곳에 올 때 마다 보이던데 왜 그리 고함을 치세요..."
"아,예 저 친구 신문도 볼 줄 모릅니다...아마도 누군가의 심부름으로 오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는 지 알 수가 없어요..."
"날마다 와서 신문을 사가는데 돈도 어떤 때는 1000원을 놓고 신문을 3부 가져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1500원 대중이 없어요..정상적인 신문대금이 2100원인데 한번도 제대로 놓고 간 적이 없어요..."
"왜 그런데 소리만 치고 쫓아가지 않지요?"
"몸도 성치않은 사람인데 어쩝니까....그런데 누군가 저 청년을 시켜서 날마다 신문을 사오라 시키는 것 같은데....뒤를 쫓을 수도 없고 골치 아픕니다..."
청년은 키가 크지만 다리가 불편한지 절룩거리고 말도 심하게 더듬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한다.
이곳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청년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시큰둥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은 다른 가게에서 신문을 사러갔다 시비가 붙었는데 그곳에서 발가벗고 소동을 벌여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것인지 누군가 시킨대로 하는 것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누군가 청년에게 일일이 시키는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고 하였다.
늘 빡빡 깍은 머리에 매일 똑같은 점퍼에 청바지 그리고 가방을 둘러맨 청년이 올 때 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짐짓 화를 내는 척하고 만다고 했다.
이제 이곳에서 장사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아서 저 청년 볼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복권방 아저씨......
이곳 동대문 운동장의 공원 개발로 이곳에서 노점을 하는 사람들이 서울 각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20년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아저씨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야할 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다음 달이면 이제 복권방 아저씨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어디로 가던 마음씨 좋고 친절했던 복권방 아저씨의 사업이 번창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