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을 대변하는 듯한 트렉터 한 대

2008. 10. 29. 08:42사진 속 세상풍경

요즘 자경을 하지 않은 공무원과 토지주의 쌀 직불금 수령으로 농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자진신고한 사람이 4만 5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당초 3만 5천만명 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숫자다.
몇 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던 고향 후배는 농사를 지어도 인건비는 고사하고 원금 건지기도 쉽지 않다며 불만이 많았는데 직불금 문제가 불거지자 부정수령자에 대한 원망과 그것을 방치한 정부에 대단히 분개했다.
그런 농심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 잡초가 무성한 밭에 뒹글고 있는 농기계를 보며 농민들의 근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아이를 학교에 태워지고 일부러 논과 밭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도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너른 들판으로 차를 몰았다.농로길을 따라 1km를 지나면 다시 4차선 도로가 나오는데 그곳을 가기 전 오른쪽에는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 옆에는 늘 트렉타 한 대가 서있었다.
멀리서 봐도 반쯤 기울어진 트렉타를 보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곳은 콩을 심었던 밭이었는데 잡초들이 자라서 콩밭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잡초가 무성한 밭을 갈아 엎으려다 트렉타가 빠진 것인지 아니면 고장이 나서 그대로 방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트렉타


몇 달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일부러 이곳에 놓아둔 것 같지는 않았다. 왼쪽 바퀴가 깊이 빠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밭을 갈다 빠져 그대로 놓아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 넓은 밭이 모두 콩밭인데 콩은 잘 보이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다. 잡초 때문에 콩이 자라지 못해 그대로 갈아엎으려고 한 것 같았다. 


트렉타 앞에는 수확한 콩이 실려 있었다. 잡초 속에서 건진 콩대에는 콩들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밭 한 켠에 심어놓은 듯한 토마토가 아직도 파랗다.


트렉타 적재함에는 털지 않은 콩이 그대로 실려있다. 오랬동안 방치한 것으로 봐서는 콩을 수확하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였다. 


밭 주변에는 녹슨 농기구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풀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경운기의 적재함도 보였는데 경운기의 몸체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버려진 것 같았다.
농사를 지어도 원금을 건지기는 고사하고 몸만 축난다는 볼멘소리가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농업용 면세유와 사료값이며 비료값 농약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수확한 농산물 가격은 수입산에 밀려 제대로 받지를 못하니 탁히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농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밭에 방치된 농기구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