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부부 노송 잘려 나가다

2008. 10. 27. 09:13사진 속 세상풍경

속초 장사동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고성군 용촌리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예로 부터 울창한 노송들이 잘 어울어진 마을로 벼농사를 많이 짓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그중 이 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120년이 넘은 노송이었다. 그것도 한 그루가 아니고 두 그루가 나란히 서있어 부부노송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몇해 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한 그루가 죽어 버렸다. 죽은 이유는 바로 재선충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소나무 재선충이 속까지 침범해 더 이상 살릴 수 없었다고 한다.
군에서는 마지막 남은 소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손을 써 보았지만 이미 재선충이 침입해서 그런지 아니면 잘려 나간 한 그루를 그리워 하다 말라죽은 것인지 시름시름 앓다가 남은 한 그루마저 회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일전에 부부노송에 관한 포스팅을 올렸었는데 그때만해도 한쪽 나무는 푸른 솔의 모양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오늘 본 노송은 끝에만 푸른 기운이 조금 남아있고 속은 이미 죽어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운데 잘려진 노송은 금새 전기톱에 의해서 마디마디 잘려져 나갔다. 솔방울이 파편처럼 뒹글고 주변에는 송진냄새가 가득했다. 예전 고성산불에도 끄떡없이 살아 남았던 노송이 재선충에 허무하게 죽은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마을을 대표하는 소나무가 이제는 사라졌다며 아쉬워 했다.

 
"조금이라도 회생할 기미가 보였다면 군에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렸을 겁니다.그런데 나무 밑둥에 벌레 파먹은 흔적이 너무나 많았고 나무 자체가 이미 썩고 있었어요..."
아주머니가 전하는 말 속에는 짙은 아쉬움이 배어 있었는데 소나무 두 그루가 잘려 나가는데는 불과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늘 아이 통학을 위해 지나칠 때 마다 한 번씩 쳐다보던 부부 노송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안타까운데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오죽할까.......늘 눈만 뜨면 이곳을 지나다니며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왔을텐데.......
예고치 않게 맞닥트린 풍경에 아침부터 마음이 너무 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