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손맛 그리워 하는 아내

2008. 10. 8. 08:25세상 사는 이야기

어머니 돌아가신 지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평소에 류머티스 관절염을 제외하고는 별반 아픈 곳이 없으셨던 어머니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늘 부모님 모시는 것에 불만이 많았던 형수님, 속내와는 다르게 늘 어머니께 냉랭하셨던 아버지....맞벌이 한다고 늘 어머니가 보내주신 음식으로 생활하던 아내....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었고 그 후 처음 맞은 추석에 어머니에 대한 속내를 풀어 놓았다.. 형수님은 늘 어머니가 챙겨주시던 음식을 손수해보고 나서야 시어머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가 깨닫고  후회한다 했고  아버지는 어머니 돌아가신 후 10년은 더 늙어 보이셨다. 늘 아버지의 잔소리를 받아주시던 어머니가 안계시니 말수도 줄고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타셨다. 아내 역시도 처음에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시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고 미처 배워두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결혼해서 20년간 어머니는 늘 모든 음식을 손수해서 바리바리 보내주시곤 했다.
맞벌이 하느라 늘 사먹는 아들이 안타까워서 그러셨겠지만 아내 역시 어머니께 늘 고마운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전했고 어머니는 그런 며느리를 늘 살갑게 대해주셨다.
아들 4형제를 늘 챙기시고 지금처럼 추수가 한창일 때는 늘 전화를 해서 가져가라 하셨고 시간이 없다면 택배로 보내주시곤 했다.
들기름,고추가루,마늘,쌀,김치,....그중에서 특히 김치는 젓갈을 넣지 않고 김장독에 묻어 놓았던 것이라 맛을 본 주변 사람들이 늘 부러워 하곤 했었다.어머니께 용돈을 보내드리는 것 밖에 해드린 것이 없었다며 뒤늦게 후회하는 아내...그중에서 가장 아쉬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손맛이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직접 김치를 담가본 아내가 하는 말은 똑같은 배추에 양념도 같은데 어머니와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며 속상해 했다....생전에 진즉 제대로 배워둘 것을...바쁘다는 핑계로 늘 얻어먹기만 한 것이 너무나 후회된다고 했다.


사실 아들 사형제 중에 어머니의 손맛을 닮은 것은 나였다. 둘째인 나는 어릴 때 부터 늘 어머니를 도와드리는 것을 좋아했었고 송편을 빚을 때나 김치를 담글 때 늘 곁에서 보조를 하며 나도 모르게 김치 담그는 법이며 장 담그는 법  메주 쑤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돕기만 했을 뿐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지도 않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빈자리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던 가족들......추석에 모인 자리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다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을 모두 풀어 놓았는데 그때 아버지는 짦은 한 마디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 하셨다.
"그렇게 쉽게 갈 줄은 몰랐어 정말....."
아내 역시도 늘 받기만하고 해드리지 못한 것과 어머니의 손맛을 미리 배우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된다고 했다.
살아 계실 때 잘 하라는 말 이제서야 뼈저리게 느낀다며 아마도 평생 마음에 짐이 될 것 같다고 하는 아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아직도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흔적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애잔해지고.... 어머니....하고 나즈막히 부르면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