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시장 화장실은 지금 흡연중....

2008. 10. 7. 08:40세상 사는 이야기

금연을 한지가 벌써 8년이 넘었다. 담배를 끊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는데 막상 끊고 나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늘 가래가 끓어 애를 먹었고 과음을 한 다음날에는 욱욱 욕지거리 때문에 온종일 고생한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한 번 중독된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한끼 식사를 거를 수는 있어도 담배를 거를 수 없었던 지독한 니코틴 중독증 때문에 아이들 가르치다 분필을 입에 문 적도 있었고 금연초를 피우다 머리를 태운 적도 있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독하게 담배를 끊었다.그 중에는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친구든 가족이든 무조건 만원씩 준다는 약속도 한몫했다.그렇게 어렵게 3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늘 담배에 대한 유혹이 심했다. 특히 술을 마실 때는 정말 미치도록 담배가 피고 싶었다. 그럴때는 자리를 옮기거나 독한 쑥잎을 입에 넣고 씹기도 했었다.
그렇게 금연을 시작한지 벌써 8년이 넘었고 지금은 더 이상 담배에 대한 유혹은 없으며 오히려 담배 냄새가 역겨워 자리를 피하곤 한다. 특히 운동을 할 때 금연한 것을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담배를 피울 때는 운동장 반 바퀴만 뛰어도 헉헉 거리던 것이 지금은 세 바퀴도 무난하게 뛸 만큼 호흡이 좋아졌다. 그리고 늘 몸에 배어있던 담배 냄새도 말끔히 사라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좋은 일 중에 하나다. 말 할 때 입에서 나던 독한 니코틴 냄새와 이에 검은 치석도 말끔히 사라졌다.
어제는 아내와 서울에 다녀왔다. 늘 다니는 길이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힘에 부친다.
동대문에서 시장을 보고 새벽 2시가 넘어서 남대문 시장에 도착했다. 동대문에 비해 남대문은 늘 한산하다. 동대문에 비해 경기가 좋지 않아 그런지 고민하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아내가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그릇도매 상가 쪽과 아동복과 메사를 둘러보고 난 후 삼익 모자이크 빌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상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화장실에 들어섰는데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이곳은 9층건물로 전체가 금연 건물인데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나간 듯 했다.
건물 밖에도 금연 표시가 되어있을 정도로 애연가들이 기피하는 건물이기도 한데 왜그럴까 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보았다.
남자 화장실에 좌변기가 세 곳 있었는데 마지막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재털이가 있었고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담배꽁초 위에는 금연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었는데 묘하게도 "지금 흡연중"으로 바뀌어 있었다.
애연가도 담배 피울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는데 아마도 세 곳의 화장실 중에 이곳을 묵시적으로 사용하는 듯 했다.
그렇지만 환풍기 시설도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에 담배를 피우니 화장실이 온통 담배 냄새로 진동을 했다.
옛날 담배 피울 때를 생각하면 이해는 가지만 건강을 위해서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