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크는 개 보셨냐요?

2008. 9. 23. 10:57사진 속 세상풍경

이른 아침부터 아들녀석이 학교에 늦었다며 차를 태워 달란다.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뒤에 차가 오는데 또 버스를 놓쳤다. 어제 술을 과음한 탓에 머리가 띵해 세수를 하고 아들을 내려주고 시골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어시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멀리 밭에 개집이 두 개 보이고 움직이는 강아지도 보였다.
이런 곳에 왠 개가 있지?
호기심에 차에서 내려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 개집이 두 개 보이고 개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갈수록 경계하며 마구 짖어대는 개 두 마리....이곳에 산지 오래 되었는지 개의 분비물이 수북히 쌓여있다.


한참을 요란하게 짖어대던 개가 금새 순해졌다.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이놈들이 왜 여기서 사는 걸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개주인이 밭에 있는 고추며 채소를 지키라고 밭에 놓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비라도 오면 저 녀석들 저 작은 집에서 꼼짝 못하고 갇혀있겠구나 생각하니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수아비는 보았어도 개가 지키는 것은 처음 봐서 그런지 참 낯설었다. 이녀석들 주인이 밥을 안주면 어떡하지 하는 괜한 생각도 들었다.


마치 "밥좀 주세요 녜?"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녀석....이곳은 저 뒤의 허수아비가 지키면 되는데 왜 우리가 여기서 살아야 되냐는 듯 빤히 쳐다보는 녀석의 표정이 슬퍼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