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허물 벗은 흔적에 놀라다.

2008. 9. 12. 10:19사진 속 세상풍경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음식이며 운동이며 식물이나 동물중에도 좋아 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그중 동물중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뱀이다.
어릴 적 뱀에 한 번 물리고 난 후에는 독이 있건 없건 뱀만 보면 줄행랑 치기 일쑤였는데 그것을 아는 친구들은 뱀을 잡아서 내게 던지며 놀리기도 했었다.
나이가 든 지금도 '뱀이다' 라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인데 ....어제 공장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다가 뱀의 허물을 보고는 혼비백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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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예초기로 풀을 깎고 나와 다른 사람은 낫으로 풀을 베고 있는데 나와 함께 풀을 베던 사람이 갑가지 내게 '뱀이다'하면서 무언가를 휙 던졌습니다.
바람에 휙 날아와 내 앞에 떨어진 것은 뱀의 허물.......
"으악,'하고 낫을 던지고 혼비백산 도망을 치는데 그 모습이 웃기다는 듯 그 사람은 다시 허물을 내 앞으로 가져옵니다.
"아니, 뱀도 아니고 그냥 뱀의 허물일 뿐인데 뭐가 그리 무섭습니까?....애들도 아니고..."
머쓱해진 나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 보니 뱀의 머리부분에 뱀의 눈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공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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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cm는 족히 될 큰 뱀이었는데 만약 살아있는 뱀을 보았다면 아마도 기절초풍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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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는 사람은 뱀에 대해서 잘 아는 듯 했는데 허물을 보고 무슨 뱀인지 알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뱀들은 허물을 벗지 못하면 죽게 되는데 그것은 피부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뱀의 성장에 맞추어 수시로 허물을 벗어야지만 오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허물을 벗은 뒤에는 면역력이 생겨서 더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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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걸어놓은 뱀의 허물......그저 벗어놓은 뱀의 옷일 뿐인데....나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언제쯤 뱀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아마도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압니다.
그래서 늘 자연으로 쏘다니기를 좋아하는 나는 차 뒤에 늘 장화와 등산화와 상비약을 싣고 다닙니다.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지요....너무나 과민 반응이 아니냐고요?
극한의 공포를 겪은 사람에게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