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해 책 빌리는 남자.....
2008. 8. 30. 09:49ㆍ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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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말일에 있었던 일입니다.수요일마다 격주로 오는 이동도서관에는 어린 아기들과 엄마들이 주를 이룹니다.그런데 그틈에 늘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늘 아내가 출근하고 난 후라 대신 이동도서관에서 내책과 아내의 책을 같이 빌리곤했는데 자꾸 옆에 있는 사내가 신경쓰였습니다.
그 사내는 책을 고를 때마다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 이것저것 뒤적이는데 선뜻 책을 고르지 못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 대놓고 왜그러냐고 물어보기도 뭐하고 그냥 바라보곤 했는데 2주 후에 다시 본 사내는 옆에서 책을 빌리고 있는 젊은 주부에게 무언가 묻고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 주부들이 즐겨보는 책이 뭐죠?"
그러자 젊은 주부는 모른다며 퉁명스럽게 말하더군요.
무안해진 사내는 얼굴이 벌개져 책꽂이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쩍 끼어든 제가 사내에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특별히 찾고 계신 책이 있으세요?"
그러자 반색을 하며 나에게 묻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아내가 저보고 책을 빌려오라는데 제가 책하고 벽을 쌓은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이곳에만 오면 눈앞이 캄캄합니다."
나는 이사람도 나처럼 아내가 출근해서 대신 책을 빌리러 나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지난 번에도 사서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갖고 가긴 했는데 아내의 눈치를 보니 그닥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책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책을 읽은 적도 없어 늘 이곳에만 오면 고민이 쌓입니다."
"부인께서 엄청 바쁘신가 봐요?"
라고 물으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 갑니다.
"어릴 적 부터 선천적으로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용기를 내서 같이 나오자고해도 워낙 내성적이라서 나오길 꺼려합니다"
"아내가 워낙 책을 좋아하는데 적어준 책들은 매번 없고 늘 내가 선택해서 가져가야 하니 정말 고역입니다."
"죄송하지만 몇 개만 골라 주시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아내에게 빌려다 준 책중에서 감동적이었다는 책과 가슴이 따뜻해졌다는 말을 했던 책 두권을 뽑아 주었습니다.
시각장애애인 송경태 시인의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과 프리랜서 정희덕의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였는데 책을 훑어 보지도 않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송경태 시인의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은 세상에 감사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시로 아내가 방에 카피를 해놓고 자주 읽는 시였습니다.
1982년 군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양쪽 시력을 잃은 슬픔과 절망의 순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희망이 160여편 시 속에 녹아있는데 그중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시의 원문을 다시 보면
그리고 정희덕의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는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로 작가 정희덕은 '무엇이 세상을 이기는가?"라는 화두를 품고 인도, 티베트.네팔.중국 등을 여행하며 그 답을 찾아가는 마음의 지도다. 그 지도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사랑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그동안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과 주고 받은 메일과 편지를 통해서 감동과 사랑을 전해주는 책이었습니다.
2주 후에 다시 만난 사내는 먼저 기분좋게 내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골라준 책들을 마음에 쏙들어 하더군요...."
"아. 그러세요!....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신세를 자주 지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돼 너무나 아쉽습니다."
"아니,왜요?"
"제가 하던 공사가 모두 끝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도 틈나는 대로 책을 좀 읽어야겠습니다."
"아내와 소통을 잘 하려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가장 쉬운 것이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내가 책을 반납하고 난 후 짧게 나눈 대화였지만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꼈습니다.
아내에게 책을 빌려주는 남자에서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말 한 마디에 제 기분까지 유쾌해졌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두 사람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늘 아내가 출근하고 난 후라 대신 이동도서관에서 내책과 아내의 책을 같이 빌리곤했는데 자꾸 옆에 있는 사내가 신경쓰였습니다.
그 사내는 책을 고를 때마다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 이것저것 뒤적이는데 선뜻 책을 고르지 못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 대놓고 왜그러냐고 물어보기도 뭐하고 그냥 바라보곤 했는데 2주 후에 다시 본 사내는 옆에서 책을 빌리고 있는 젊은 주부에게 무언가 묻고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 주부들이 즐겨보는 책이 뭐죠?"
그러자 젊은 주부는 모른다며 퉁명스럽게 말하더군요.
무안해진 사내는 얼굴이 벌개져 책꽂이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쩍 끼어든 제가 사내에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특별히 찾고 계신 책이 있으세요?"
그러자 반색을 하며 나에게 묻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아내가 저보고 책을 빌려오라는데 제가 책하고 벽을 쌓은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이곳에만 오면 눈앞이 캄캄합니다."
나는 이사람도 나처럼 아내가 출근해서 대신 책을 빌리러 나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지난 번에도 사서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갖고 가긴 했는데 아내의 눈치를 보니 그닥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책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책을 읽은 적도 없어 늘 이곳에만 오면 고민이 쌓입니다."
"부인께서 엄청 바쁘신가 봐요?"
라고 물으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 갑니다.
"어릴 적 부터 선천적으로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용기를 내서 같이 나오자고해도 워낙 내성적이라서 나오길 꺼려합니다"
"아내가 워낙 책을 좋아하는데 적어준 책들은 매번 없고 늘 내가 선택해서 가져가야 하니 정말 고역입니다."
"죄송하지만 몇 개만 골라 주시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아내에게 빌려다 준 책중에서 감동적이었다는 책과 가슴이 따뜻해졌다는 말을 했던 책 두권을 뽑아 주었습니다.
시각장애애인 송경태 시인의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과 프리랜서 정희덕의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였는데 책을 훑어 보지도 않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송경태 시인의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은 세상에 감사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시로 아내가 방에 카피를 해놓고 자주 읽는 시였습니다.
1982년 군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양쪽 시력을 잃은 슬픔과 절망의 순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희망이 160여편 시 속에 녹아있는데 그중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시의 원문을 다시 보면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첫날은 제일 먼저
사랑하는 아내 얼굴을 보고 싶다
25년 전 앞 못 보는 남편 만나
속이 다 새까맣게 타 들어가도
묵묵히 가정을 지켜 준
천사의 얼굴을 꼬 한 번 보고 싶다
다음은
부모님 얼굴을 보고 싶다
두 눈을 잃은 아들 부여잡고
통한의 아픔이있어도
꿋꿋이 한 서린 삶을 살아오신
인자하신 얼굴을 보고 싶다
다음은
두 아들 녀석 얼굴을 보고 싶다
야구놀이 같이 안 해줘도
친구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깡총깡총 토끼처럼 건강하게 자란
두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둘째 날은
집 주변 풍경을 보고 싶다
아파트촌 숲길 거닐며
옆집 아저씨도 만나서
골프며 고스톱을 치고 싶다
다음은
운전을 하고 싶다
전국 방방곡곡 신나게 누비며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인터넷 게임을 하고 싶다
화려한 화면을 보면서
열광적으로 신나는 게임을 하고 싶다.
삼 일째 되는 날은
영화 감상을 하고 싶다
심야에 심형래의 디워도 보고
해리포터도 보면서
아름다운 화면을 기억하고 싶다
그 다음은
여행을 하고 싶다 나 홀로
자전거 타고 이름 모를 곳으로 가
사색을 하고 싶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 실컷 울겠다
읽고 싶었던 책 실컷 읽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실컷 울겠다
첫날은 제일 먼저
사랑하는 아내 얼굴을 보고 싶다
25년 전 앞 못 보는 남편 만나
속이 다 새까맣게 타 들어가도
묵묵히 가정을 지켜 준
천사의 얼굴을 꼬 한 번 보고 싶다
다음은
부모님 얼굴을 보고 싶다
두 눈을 잃은 아들 부여잡고
통한의 아픔이있어도
꿋꿋이 한 서린 삶을 살아오신
인자하신 얼굴을 보고 싶다
다음은
두 아들 녀석 얼굴을 보고 싶다
야구놀이 같이 안 해줘도
친구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깡총깡총 토끼처럼 건강하게 자란
두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둘째 날은
집 주변 풍경을 보고 싶다
아파트촌 숲길 거닐며
옆집 아저씨도 만나서
골프며 고스톱을 치고 싶다
다음은
운전을 하고 싶다
전국 방방곡곡 신나게 누비며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인터넷 게임을 하고 싶다
화려한 화면을 보면서
열광적으로 신나는 게임을 하고 싶다.
삼 일째 되는 날은
영화 감상을 하고 싶다
심야에 심형래의 디워도 보고
해리포터도 보면서
아름다운 화면을 기억하고 싶다
그 다음은
여행을 하고 싶다 나 홀로
자전거 타고 이름 모를 곳으로 가
사색을 하고 싶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 실컷 울겠다
읽고 싶었던 책 실컷 읽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실컷 울겠다
그리고 정희덕의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는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로 작가 정희덕은 '무엇이 세상을 이기는가?"라는 화두를 품고 인도, 티베트.네팔.중국 등을 여행하며 그 답을 찾아가는 마음의 지도다. 그 지도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사랑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그동안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과 주고 받은 메일과 편지를 통해서 감동과 사랑을 전해주는 책이었습니다.
2주 후에 다시 만난 사내는 먼저 기분좋게 내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골라준 책들을 마음에 쏙들어 하더군요...."
"아. 그러세요!....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신세를 자주 지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돼 너무나 아쉽습니다."
"아니,왜요?"
"제가 하던 공사가 모두 끝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도 틈나는 대로 책을 좀 읽어야겠습니다."
"아내와 소통을 잘 하려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가장 쉬운 것이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내가 책을 반납하고 난 후 짧게 나눈 대화였지만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꼈습니다.
아내에게 책을 빌려주는 남자에서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말 한 마디에 제 기분까지 유쾌해졌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두 사람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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