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주입식을 강요하는 엄마들....

2008. 8. 21. 00:13세상 사는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쓰기와 논술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이 끝나고 그룹으로 몇 팀의 글쓰기 지도를 맡게 되었다. 학교 교육말고는 대부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곤 했는데 특별히 잘하는 아이들이라며 또 한 그룹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부모들은 대부분 의사거나 고위 공직자의 자녀였는데 다섯명이 한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지도하러간 첫수업 부터 수업을 참관하더니 매 수업시간마다 듣고 교사를 평가하고 수업에 참견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글쓰기 교육은 아이들이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저학년 일수록 직접 경험하고 느낌을 글로 적는 것과 책을 읽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의 부모는 글을 쓰는 요령만 가르쳐 주기를 강요했다.
이를테면 속성으로 글쓰는 법만 배우고 더 많은 시간을 영어나 수학등 다른 과목에 할애할 생각이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라 하루종일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진도도 잘 나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일기쓰기와 글쓰기에 익숙해져 실력이 늘지를 않았다.
제일 시급한 것이 어릴 적부터 주입식 교육으로 굳어진 감성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야외수업이었다. 현장에 나가서 두 시간 동안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거나 바닷가에 나가 직접 모래성도 쌓고 게도 잡으며 함께 체험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이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전에 학부모에게 주지시켰고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을 설명했다.
그런데 몇 주 지나지 않아 반기를 드는 부모가 생겼다. 금쪽 같은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만 다닌다는 것이 이유였다. 바쁜 시간을 내서 열성적으로 가르치고자 했던 내 의지는 두 부모가 아이들 수업을 보이콧하면서 갈등을 빚게 되었다.
글쓰기라는 것이 수학공식처럼 암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닫혀있는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것이니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을 권유했지만 부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곳처럼 일기 독후감 설명문 논설문 쓰는 방법만 잘 가르쳐 주길 원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단계별로 진행해야할 수업이 부모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것을 개인적으로 용납할 수 없었다.
십 년 넘게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수업운용에 관여하며 자신의 생각대로만 이끌어 나가려는 부모의 이기적인 생각들이 여타 부모들과 비교해 너무나 심했다.
주장하기 글은 고학년이 되는 4학년 때 부터 배워도 늦지 않고 저학년에게는 다양한 책읽기와 체험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훈련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누차 설명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해줄 것을 원했다.
다른 과목도 그렇겠지만 특히 아이들 가슴이 열려 있을 때 가장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효과도 좋다는 것을 간과하고 아이들에게 권위주의나 강압으로 주입시키려는 부모의 교육관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초도 없는 아이들에게 뛸 것을 강요하고 어릴 적 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에 휘둘려 자신의 생각보다는 부모의 생각대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
유태인들의 경정인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재산을 물려주려 하기보다는 재능을 키워주려 애쓰는 유태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부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왜 공부를 해야하는 지 깨닳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듯했다.
한가지 일례를 들은 것에 불과하지만 다수의 부모들이 입시에만 목적을 두고 글쓰기나 논술을 택하다보니 정작 생각하는 힘과 올바른 인성을 기르는 것보다는 글쓰는 방법을 속성으로 가르쳐 줄 것을 강요하곤 했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부모가 앞장서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글쓰기도 주입식으로 강요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예전 일을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