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찜질방 구운 달걀

2008. 6. 23. 14:44세상 사는 이야기

우리 가족은 모두 달걀을 좋아한다. 그중에 유독 찜질방 달걀을 좋아한다. 쫀득쫀득한 맛에 고소함까지 더해주는 찜질방 구운달걀.....그래서 주말마다 목욕탕을 가면 5000원 어치를 사와 저녁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찜질방에서 먹는 달걀 맛이 이상해졌다.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달걀의 맛이 변했든지 둘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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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은 맥반석 사우나실에서 달걀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우나실 안에 들어가보면 맥반석 돌 위에 달걀 한 판이 놓여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도 맥반석 달걀 매니아답게 금새 맛을 알아차렸다. 단골 찜질방에서 굽던 달걀은 굽는 정도가 일정하고 쫀득함도 늘 똑같았는데 요즘 사먹는 달걀은 들쭉날쭉이었다. 너무 익은 것도 있고 아니면 약간 덜 익힌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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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덜 익은 듯한 맥반석 달걀....맥반석에서 구웠는지 그냥 구웠는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주에 그안에서 근무하는 목욕관리사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이 달걀 여기서 직접 구운 것인가요?"
그러자 나를 뻔히 바라보던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요, 요즘도 직접 구워 파는 찜질방이 아직 있나요?"
"요즘은 귀찮아서 다른 곳에서 모두 받아서 파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다.
"이 지역에서 구운 건가요?"
"글쎄요 저는 잘 모릅니다."
알면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아무튼 내가 생각한 것이 사실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기분이 불쾌해졌다.
오랜동안 당연히 이곳에서 정성껏 구운 줄로 알았던 달걀이 모두 다른 곳에서 구워 온 것이라니.....
하루에 서너 판씩 도매로 들여놓고 판매한다는 말도 덧붙이는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달걀을 사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졌다.
일전에 휴게소에서 사 먹던 찜질방 구운 달걀처럼 이제는 찜질방에서 파는 달걀도 납품을 받아서 파는 세상이 되었구나.....
날마다 직접 굽는 달걀을 먹는 것하고 어디서 구워 오는지도 모르는 달걀을 먹는 것은 기분이 많이 다르다.
요즘 먹거리가 늘 문제가 많은데 좋아하는 찜질방 달걀도 이제는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화가 났다.
옛날 휴게소에서 찐달걀을 먹고 배탈이 났던 후로는 휴게소에서 달걀을 사먹지 않았고 집에서도 달걀을 쪄서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른 것이 단골집 찜질방 맥반석 구운 달걀이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맘 편하게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점점 어머니 정성과 손맛이 깃든 음식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요즘 또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