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오줌싸개로 만든 영화 벤허

2008. 4. 7. 01:32세상 사는 이야기

영화 벤허,십계하면 떠오르는 배우 찰턴 헤스턴이 84세로 타계했다고 한다.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그리 짧은 세월은 아니었지만 세월은 거스를 수 없다.그렇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란 말처럼 그의 강인한 모습은 영화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실 나는 찰턴 헤스턴이란 배우를 기억하지는 못한다.다만 어릴 적 영화 십계와 벤허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주인공이라는 것 밖에는......
어릴 적 우리 집은 비포장 도로 였었다. 그때는 전기도 없었고 호롱불을 피울 때 였는데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이었을까?.....동네에서 우리집에 제일 먼저 전기가 들어오고신작로도 포장된 그해 크리스마스는 내게는 너무나 특별한 해였다.
집안이 모두 성당을 다녔지만 유독 나만 성당을 싫어했었다.왜 그리 성당이 싫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른다. 그런데 유일하게 내가 성당을 가는 때가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 마스 이브다. 그곳에 가면 사탕과 비스켓을 주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일 년을 기다릴 수 있을 만큼 그 맛이 기가 막혔다.그런데 전기가 들어오고 그 해 성당에서는 영화를 상영한다고 했다. 처음 접해보는 영화에 온동네 사람들이 모인 것은 당연한 일....성당을 다니지 않는 사람까지 모두 모였으니 표는 팔지 않았지만 매진에 만원 사례였다.처음 상영된 영화는 십계였다.처음보는 외국 배우도 신기했지만 생전 처음 접하는 영화는 그야말로 흥분 그 자체였다.지금 기억이 남는 장면이라고는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장면과 파라오군에 쫓길 때 홍해가 반으로 갈라지는 장면에서는 입이 쩍벌어졌다.뒤이어 바다에 수장되는 파라오군...그때는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모두 정말 죽은 줄 알았었다.영화의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상영한 벤허는 그야말로 오줌을 지리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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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바다에서의 전투 장면과 마차 경주는 그야말로 오금을 펴지도 못한 채 손에 땀을 쥐게 하였는데 마차 바퀴에 깔려 사람이 죽어 가는 장면에서 오줌이 찔끔....주인공의 마차가 쇠봉에 부러져 나갈 때 또 찔끔...너무나 영화에 빠지다보니 방광이 가득찬 것도 모른 채 연실 바지에 찔끔거리다 끝날 때는 바지까지 축축해졌다.영화가 끝나고 젖은 바지를 보고 형들이 놀렸지만 그래도 바지가 젖은 불편함 보다 영화에 대한 흥분이 가시지 않아 밤새 잠을 못이뤘다.
그뒤 오줌싸개라 놀리는 형들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처음 본 영화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화를 본 셈이었다.
그 후 동네에 흑백  텔레비젼이 한 대 있던 복이네 집에서 보았던 기억 그리고 칼라 텔레비젼에서 크리스 마스 때면 단골로 보여주던  영화.....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그렇게 봐도 유독 질리지 않은 영화는 벤허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다시 봐도 서사시 같은 줄거리와 웅장함은 영화 중에 백미라 할 만하다.
영화 속에서 강인함을 보여 주었던  찰턴 헤스턴의 타계 소식에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내마음 속의 영원한 명화 ......벤허에 대한 감회다.

다시보는 추억 속의 명장면 마차경주 감상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