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에게 시청률은 옥새인가 족쇄인가

2008. 3. 3. 10:07세상 사는 이야기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100%로 작가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연출 능력이나 캐릭터에 맞는 배우의 섭외와 연기력이 인기드라마가 되는데 필수요소다. 이런 각각의 요소들이 잘 결합할 때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만큼 시청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인기드라마가 되는 첫번째 길목은 단연 작가의 역량이다. 인기작가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이용한다.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등을 통해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한 임성한 작가가 즐겨쓰는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임성한 작가가 즐겨 쓰는 '비밀'은 출생 및 혈연관계의 비밀이다. <하늘이시여>에서는 한 중년여성이 어릴 적 잃었던 딸과 함께 살기 위해 그 사실을 숨기고 딸을 현재 자신의 아들(실제로 낳지는 않은)과 결혼시킨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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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어아가씨>에서 아버지 없이 자란 한 여성이 배다른 동생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보다 자극적인 정도에 있어 그 강도가 세졌다. 그와 같이 파격적인 설정을 기본으로 하고 이로 인해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와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왕꽃 선녀님><아현동 마님>에서도 복수, 출생의 비밀, 환경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회가 거듭될수록 가십적인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의 욕망과 관음증을 자극한다.
드라마의 여자주인공 주위에는 언제나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왕자님들이 포진해있으며 부모의 반대나 출생의 비밀, 경쟁자의 출현 같은 역경들은 여주인공의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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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시청률에 발목 잡히면 시나리오 전체의 본질 훼손되기 쉽다는 맹점이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부자유친><이 남자가 사는 법>을 쓴 서영명 작가 역시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한듯하다. 임성한 작가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통하여 시청자를 흡인하려 한다. 지금 방영하고 있는 <그 여자가 무서워 >역시 드라마가 다룰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소재들을 모두 모았다.
교통사고로 얼굴의 반이 망가진 후 자신을 버린 애인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 이 과정에서 여주인공은자신을 버린 남자의 장인을 찾아가 유혹, 결혼에 성공한다.
임성한 작가와 서영명 작가는 극단적인 주제를 통하여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강박관념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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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거짓말> <굿바이 솔로>등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노희경표 드라마에는 변하지 않는 커다란 강줄기 같은 게있다. 암울하고 어두운 주인공들을 그리면서도 항상 그 속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런 삶 속에서도‘사랑’이 있으니 살만하지 않느냐고, 한번 살아보자고 부추긴다.
임성한 작가가 파격적인 시나리오와 가십적인 소재를 통하여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 반하여 노희경 작가는 맥이 같은 주제를 갖고 담담하게 전달하려는 자세를 갖는다.
시청률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원일기><그대 그리고 나> <엄마의 바다> <그 여자네 집>등을 집필한 김정수 작가의 작품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시청자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감정이입을 통해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황금신부>의 후속작으로 <행복합니다>를 통해서 또 한번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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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며 방송작가의 대모임을 자처하는 스타 김수현 작가의 귀환으 작가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내 남자의 여자>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과 야망>등 셀 수 없는 히트작을 남긴 김수현 작가가 오랜만에 SBS 주말드라마 <엄마는 뿔났다>를 선보였다
<엄마는 뿔났다>는 김수현의 스타성을 인정이라도 하는듯  방송 2회만에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전의 <사랑이 뭐길래><목욕탕집 남자들>의 계보를 잇는 대가족드라마로 다시 한 번 김수현의 진가를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불륜 드라마도 김수현이 쓰면 맛깔스럽다는 말처럼 속사포처럼 빠른 대사로 가족들 사이의 갈등과 가족구성원의 사랑과 결혼이야기가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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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각 작가마다 고유한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 색깔이 인가작가 반열에 오르는 필수요건이긴 하지만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고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소재만을 다룬다면 그 작가의 생명력은 단축될 수 밖에 없다. 달콤한 유혹 시청률이 방송작가로 살아남는 최고의 무기지만 그 무기를 잘못 하용하면 치명적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작가에게는 옥새같은 시청률........하지만 작가들이여 명심하라
그 옥새가 때로는 작가의 숨통을 조이는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