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고공행진은 싸가지 때문?

2008. 2. 28. 21:19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KBS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놀랍다.
그동안 30%대 후반의 시청률 정체를 보이다 단풍과 백호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가 시작되며
다시 40%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런 고공행진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부잣집 딸  싸가지 수아(유인영 분)다.
이번에 집안에 일이 있어 고향에 들렸는데 동네 아주머니들 일을 마치고 저녁 식사 후에
'미우나 고우나'를 함께 시청하게 되었다.
동네 아줌마들 모두 "미고" 광팬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구동성
"아이고 저 싸가지 또 나왔네"
"나는 저 수아 얼굴 말투 행동 하나도 마음에 안들어 쟤와 선재가 어떻게 될지 그게 궁금해
죽겠어"한다.
시골 아줌마들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 수아 그것이 8시 20분이면 아줌마들을 TV앞으로
모이게 한다.
이런 스토리는 1972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여로'를 연상시킨다.
물론 시대적인 상황이 너무나 다르지만 '여로'에서 술집 작부였던 분녀(태현실 분)는 시집간
날부터 극성맞은 시어머니(박주아)와 시누이(권미혜) 사이에서 갖은 고초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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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미우나 고우나에서 백호와 백호의 어머니가 수아 할머니(이영옥 분)와 수아로부터 당하는
멸시와 조롱을 인내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괴롭힘을 당하면 당할수록 측은지심이 동해서 시청률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여로에서 영구역을 맡았던 장욱재씨는 그때 시청률을 집계하였다면 70%정도
나왔을 것이라는 말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는 분녀가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수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의 단골메뉴였던 고부간의 갈등구조가 '미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멀리'여로'와 '아씨'가깝게는 '겨울새' '며느리 전성시대'역시 고부간의 갈등을 다루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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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의 강여사(박원숙)의 경우, 아들이 아내를 아껴주면 배신감에 치를 떨며 며느리에게
화풀이를 한다. 겉으로는 간이라도 내어줄 듯 살가운 척 하면서 며느리의 친정에서
돈이 나오지 않으면 태도를 백팔십도 바꾸어 며느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
KBS2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의 냉정한 시어머니 명희(김혜옥)의 공격은 `돈`으로도 막지 못한다.
며느리 하나를 혹독한 시집살이로 쫓아내 병원신세까지 지게하고 마음에 드는 며느리(송선미)를
맞아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히스테리에 가까운 시집살이로 고분고분한 며느리의 숨통을 조인다.
이런 갈등구조는 사실 식상하다. 그 식상한 갈등구조 속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보여준 고부간의 해법은 화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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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를 탐탁지 않아하는 시어머니와의 미묘한 알력싸움에서 밀리는 듯 하면서도 실속은 챙겨가는
며느리와의 갈등구조 그러나 마지막은 역시 고부간의 화해 해피엔딩이었다.  
'미고'에서 며느리 (김혜숙 분)와 수아 할머니(김영옥 분)와의 갈등구조만 내세웠다면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꼈을 것이다.그런 식상함을  대신해준 캐릭터가 바로 수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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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밉상을 넘어서 인정머리라곤 눈꼽만치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캐릭터 그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싸가지다.
네 멋도 내 멋도 아닌 싱거운 국 속에 매콤한 후추같은 조미료 거기에 청량고추하나 더 얹은 듯한
매운맛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싸가지 수아 역
그러나 뒤집어 보면 수아 역시 선재에게 이용당한 불쌍한 여자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에게서 온갖 미움을 받는 것을 보면 싸가지 역할을 잘 소화한
유인영의 몫도 크다고 하겠다.
4월말 종방을 앞둔 미우나 고우나는 단풍과 백호의 해피엔딩과 수아와 선재의 불행한 결말이
예고되고 있다고 한다.결말과 함께 시청자의 마음에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각인될까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