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친 삶에 활력과 여유를 찾아준 쉼터, 농막

2020. 6. 4. 21:54세상 사는 이야기

벌써 텃밭을 사고 그곳에 농막을 갖다 놓은 지 1년이 다되어 간다.

살면서 늘 꿈꾸던 자연 속에서의 삶!

하지만 마음처럼 그리 녹녹지 않았다.

미술을 전공하는 아이들의 뒷바라지로 늘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고 그러다 보니 차곡차곡 쌓인 것은 나이뿐이었다.

늘 마음만 작은 텃밭이라도 사서 유실수와 상추, 고추, 호박, 오이, 토마토를 심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고 자연 속에서 잠시라도 삶의 여유와 휴식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늘 지나면서 마음에 두고 있던 토지가 매물로 나왔고 망설임 없이 바로 토지를 매입했다.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토지를 매입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신고서를 작성하고 농막을 준비하고 갖다 놓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지자체 방문해 가설건축물축조신고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정화조 업체에서 대행해줬고 나중에 토지가 있는 면사무소를 방문해서 지적도상 농막 배치도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일주일 후 농막 신고서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농막은 주변 이동식주택업체도 찾아보고 인터넷을 통해 서핑을 하다 고민 끝에 경기도 여주에 있는 업체를 직접 방문해서 계약을 했다.

농막을 맞추었으니 이제는 놓을 자리를 만들고 정화조와 수도 전기를 신청해야 했다.

수도와 전기는 다행히 이전 소유자가 쓰던 것이 있어 명의만 바꿔 그대로 쓰면 되었고 정화조를 신청하는 일만 남았다. 

예전에는 대부분 농막에 정화조를 설치하기 어려웠고 지금도 지자체에 따라서 불가한 곳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내가 사는 곳은 정화조를 놓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맞춘 뒤 약 1주일 동안 혼자서 농막을 놓을 자리를 만들었다.

아내는 장비를 사서 하라고 성화였지만 틈나는 대로 혼자 삽질을 하고 농사용 손수레에 흙을 싫어 날랐고 몸은 천근만근 힘들었지만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터를 보면서 위안을 삼았다.

터를 모두 만들고 난 후 잡석을 깔아 농막을 놓을 자리와 수도, 정화조와 배수관로를 정리한 후 드디어 맞춘 지 한 달만에 농막이 도착했다.

<처음 설치할 당시 이동하다 처마가 찢겼다. ㅜㅜㅜ>
2주후 AS를 받아 보수하니 깔끔하다.

하지만 마지막 농막을 싣고 오는 길이 너무 협소해 잡목을 자르고 낮은 전선줄을 넘기면 어렵사리 도착했고  크레인에 농막을 걸어 원하던 자리에 놓을 수 있었다.

농막 가격은 처음 봤던 것에 비해 1자 주방을 ㄱ자 주방으로, 메탈을 현무암으로 하고 내부 마감 미송도 편백나무 루바로 바꾸고 블라인드 설치 등 추가한 데다 배송비와 크레인 비용이 추가되어 약 2300여 만원이 들었다. 

어렵사리 농막을 완성하고 난 후에도 할 일이 첩첩산중이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울타리였다.

주변에 집들이 없는 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멧돼지, 고라니와 같은 짐승들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능형 철망과 고라니용 울타리를 설치했다.

혼자서 를 엄두가 나지 않아 서울에 있는 두 아들을 불러 하루 종일 설치했고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대문도 완성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 낯설었지만 이전에 식재되어 있던 감나무와 밤나무 외에 매실나무, 무화과, 사과나무, 대추나무와 복분자를 심었다.

활짝 핀 복분자꽃 보고 있기만 해도 흐믓하다.
주변에서 따온 솔순으로 효소를 담을 예정이다.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을 주말마다 농막에서 살다 보니 어느덧 가을이 오고 수확의 계절이 왔다.

헛개나무 열매와 나무를 쪼개 말리는 일과 대봉감과 땡감 수확하는 즐거움과 툭툭 떨어지는 밤을 줏다 보니 그간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 첫겨울이 되었을 때 올 겨울을 어떻게 날까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은 '수도가 얼면 어떡하나'였다.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변기의 물을 모두 빼고 펌프의 물을 빼두어야 안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먼저 농사를 짓던 분에게 자문을 얻고 펌프의 물을 빼지 않고 땅속에 있는 수도를 보온덮개로 꽁꽁 싸매고 화장실에는 동파방지용 5핀용 드롱기 라디에이터를 켜놓았다.

날씨가 추운 날이면 혹시 얼었을까 노심초사하며 주말에 가보니 다행히 얼지 않았고 첫 번째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농막을 갖다 놓았던 지난 1년은 무척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 있고 즐겁고 행복했다.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던 아내의 불평도 사라졌고 주말마다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휴식을 취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졌다.

양쪽 창문을 열고 다락에 누워있으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오색딱따구리와 각종 새들의 지저귐 그 소리를 들으며 잠시 취하는 꿀맛 같은 휴식...., 이 모든 것들이 도시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호사라고 생각되고 앞으로 펼쳐질 내 텃밭에서의 농막 라이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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