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황당했던 금강산 화엄사 스님이야기

2016. 2. 10. 10:37세상 사는 이야기

2016년 정초에 아내와 함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 위치한 금강산 화엄사를 찾았다.

이곳은 미시령 톨게이트에서 차량으로 불과 5분 거리밖에 되지 않고 동해바다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불자는 아니지만 사찰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일상에 쌓였던 근심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어 주변 사찰도 자주 찾는데 그중 가장 자주 가는 곳이 금강산 화엄사였다.

지난 해에는 아내의 부탁으로 아이들 한 해의 평안을 위해 1년간 법당에 안치할 수 있는 기원불사를 하기도 했고 그 이후 집 우편함에는 화엄사에서 지내는 제와 기도불사에 대한 안내편지가 오곤했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너무나 불쾌한 일을 당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설날 연휴가 지나기 전에 아내와 함께 화엄사 맨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삼성각으로 향했는데 연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사진기를 들고 주변 경관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탑돌이를 하는 사람도 있어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는 듯했다.

 

잠시 후 아내와 함께 삼성각에 다다랐고 비녀같은 금동 쇠고리에 걸려있는 문고리를 열고 삼성각 법당 안으로 들어섰다.

겨울이라 바닥이 냉골이었는데 가운데 빨간 방석이 하나 놓여있었다.

자연스럽게 방석 위에 올라가 절을 올리고 시작했다.

그런데 세번째 절을 올리려고 할 때 갑자기 문이 덜컥 열렸고 노란색 뿔테 안경을 쓴 스님 한 분과 여자분이 들어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다.

"아니, 지금 스님이 수행하는 곳에서 뭐하는 겁니까?"

갑작스런 호통에 놀라 스님을 바라보니....

"그곳은 스님이 수행하는 곳인데 빨리 내려와요..."

흠짓 놀라 옆으로 비켜서니 내가 절을 올리던 방석을 낚아채 탁탁 접더니 법당 왼쪽에 섰고 따라온 여자가 갑자기 법당 가운데 있는 시주함을 열었다.

마치 대문의 빗장을 열듯 나무를 길게 뽑더니 흰 포대에 돈을 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당황스러워 하는데 아내가 나가자고 손을 잡아 끌었다.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고 법당을 나섰다.

빨리 내려가자며 채근하는 아내의 손에 이끌려 내려오면서 아무리 스님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속세의 말로 싸가지가 없다는 말 밖에는.......

 

그동안 삼성각에 들릴 때 마다 그곳에서 수행하는 스님을 본 적도 없었고 화엄사를 찾은 다른 불자들이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삼배를 올리는 것을 봐왔기에 자연스럽게 절을 올렸을 뿐인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물론 스님의 말대로 깔려있던 방석이 스님만이 앉을 수 있는 곳이고 특권이었다면 내 불찰이다.

하지만 이제껏 다른 사찰에서도 그런 일을 본적이 없었고 방석 때문에 절을 마저 못하고 제지를 받은 적은 없던 터라 더 당황스럽고 황망했다.

스님만이 정진하는 방석이었다면 스님들의 수행이 끝나고 난 후 한 켠으로 치워놓던가 접어 놓았으면 이렇게 헷갈리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스님의 가장 큰 덕목이 자비라는 것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지라 너무나 실망스런 장면이었다.

"불자님 그 방석은 수행하는 스님들이 앉는 방석입니다, 이쪽으로 내려 오시지요?,"

이 말 한 마디면 아마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알고 그런 것도 아니고 모르고 한 행동에 대한 말 한 마디에 손톱만큼의 자비란 없었다.

그리고 아직 마지막 절도 하지 못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시주함을 열어 돈을 걷어내는 상황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삼성각에 들어간지 불과 채 5분도 안돼 일어난 이 황당함........

앞으로 금강산 화엄사 하면 두고두고 이번 일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