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을 당한 친구 조문객이 없던 이유.....

2012. 1. 21. 09:22세상 사는 이야기

부친상을 당한 친구를 조문하다....

어제는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한 친구에게 문상을 다녀 왔습니다.

설날을 사흘 남겨 두고 작고 하신 친구 부친은 병실에서 오랫동안 투병하다 돌아가셨는데 그동안 자신의 일을 접고 아버지 병실에서 간병을 했습니다.
자신도 동상으로 발과 손에 허물이 벗겨질 정도로 힘든데 아버지를 위해 병실을 지키는 친구를 보며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오후 늦게 도착한 장례식장은 아주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너무나 조용합니다.
보통 장례식장하면 많은 문상객들로 인해 왁자지껄한데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문상을 하려고 들어서니 친구와 친구 어머니 단 둘이 조문객을 맞고 있었습니다.


조문객이 보이지 않은 이유.....

조문을 하고 난 후 상주인 친구 안내에 따라 문상객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넓은 음식점이 휑합니다.

약 2백여명이 앉을 수 있는 곳에 10여명 남짓 앉아 있었습니다.
그 순간 친구가 문상을 오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가족들도 다 모이지 않고 친척도 없는 장례식장 모습을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사실 돌아가신 친구 아버지는 새아버지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고향을 떠난 지 10년 후 어머니가 재혼을 하셨는데 양가 자식들은 두 분의 재혼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양가 자식들과 서로 왕래하는 일도 없었고 두 분만 서로 의지하면서 살았는데 유일하게 부모의 결혼을 인정한 것이 친구였습니다. 

마지막까지 화합하지 못한 재혼가족의 비애

그 후 틈나는 대로 두 분을 찾아 뵙고 집안 일을 돕던 친구는 지난해 새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돌아가실 때 까지 병실을 지켰습니다.
친구 위로 형이 있지만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고 동생들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새아버지의 가족중에 딱 한 가족만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더군요.
마지막 까지 양가 가족이 진심으로 한 가족이 되지 못해 장례식장에 오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친구.......

장례식장에 사람이 없다보니 금새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없더군요.
친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오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더 이상의 조문객은 오지 않았습니다.
가슴 깊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 참던 친구....
재혼 가족의 비애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