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서 아들뻘 의사에게 된통 혼난 이유

2012. 1. 18. 06:00세상 사는 이야기

보건소에 들러 혈압을 재보니...

몇 주 전 일입니다.

가끔씩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달아오를 때면 두통약을 먹곤했는데 차도가 없는 것 같아 오후에 보건소에 들렀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혈압을 체크해보려고 들렀는데 진료실로 들어가기 전 먼저 혈압을 체크하더군요.
그런데 체크하던 간호사가 혈압이 높게 나왔다며 조금 있다 다시 한 번 체크하라고 하더군요.
처음 잰 것이 180에 110 이었고 나중에 잰 것이 160에 108이었습니다.
앞의 것은 수축기 혈압을 나타내는 것이고 뒤에 것은 이완기 혈압수치를 나타낸 것입니다.

잠시 후 혈압을 두 번 체크하고 의사가 있는 진료실로 들어섰습니다.
진료실로 들어서자 아주 앳띤 의사 (정확히 말하면 공중 보건의라고 해야겠지만 그냥 의사라고 하겠습니다.)가 자리에 앉으라 하더군요.
 


갑자기 언성을 높인 의사 왜?
 
의사는 방금 밖에서 체크한 혈압을 보고 있었는지 잠시 모니터를 보더니 무엇 때문에 병원에 왔느냐고 묻더군요.
머리가 늘 무겁고 뒷 목이 늘 뻐근해 진료를 받고 싶어 왔다고 하자 예전에 진료를 받았던 챠트를 쭈욱 훑어 보던 의사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묻더군요.

"예전에 이곳에서 진료를 받았던 것 기억하세요?"
"예, 작년 여름엔가 다른 의사 선생님이 계실 때 왔었습니다."
"그때 진료했던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던가요.."
"종합 병원에 가서 정확히 진단을 받아보고 혈압을 체크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셨나요?"
"아니요...종합검사를 받지는 않고 위내시경과 부정맥 검사만 했습니다.


그러자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이러더군요.

"아니, 그때와 지금이나 혈압이 무척 높은데 왜 관리를 안하시는 거죠?"
"이미 약을 드시고 계셔야 할 분이 아무런 몸 관리를 하고 계시지 않다니 자신의 몸에게 미안하지도 않아요?"


군에서 제대를 앞둔 아들처럼 앳된 얼굴로 호통을 치는 모습에 순간 울컥하더군요.
그런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말을 또박또박 뱉는 의사......
 

"지금 혈압을 봐서는 앞에 수축기 혈압도 문제지만 뒤에 이완기 혈압이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 부터 당장 혈압약을 드시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그리고 가시는 길에 피 검사도 하고 가세요.."
"고혈압인데 고지혈과 당뇨까지 있으면 정말 큰일난다는 거 아시죠?."
"살도 빼시고 지금부터라도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세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의사가 언성을 높인 것 이외에는 구구절절 옳은 말씀 하나도 틀린 말이 없습니다.

환자에게 좀 더 친절했으면 .... 

문득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나더군요.
의사를 두 가지 부류로 나누는데 하나는 친절하지 않지만 실력이 있는 의사고 또 하나는 따뜻하고 친절하지만 무능한 의사라고 합니다.
둘중 무엇이 먼저인가를 생각한다면 물론 실력이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실력과 친절함과 따스함을 모두 갖춘 의사를 만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겠지요.

아무래도 제가 만난 의사는 첫번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가 생각되더군요.
병원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 건강을 위해서 그런 줄은 알지만 그래도 환자를 대할 때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