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목욕탕에서 빵 터진 부자의 대화...

2011. 12. 25. 22:25세상 사는 이야기

성탄절 찜질방에 사람이 초만원..

올 성탄절은 일요일이라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속초를 찾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요일과 토요일 찜질방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합니다.
성탄 전야에 가족과 함께 조용히 집에서 보내고 다음날 점심을 먹고 아내와 함께 찜질방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전날 가자고 했지만 외지인이 많이 오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피해야 한가하게 찜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그런데 찜질방에 도착하고 나서야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닳았습니다.
학생들이 겨울 방학을 해서 그런지 일요일에도 찜질방이 초만원이었습니다.
날은 춥고 다른 곳으로 가봐야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아내의 말에 표를 끊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목욕탕에서 배꼽 잡은 부자의 대화

먼저 옷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섰는데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바가지로 몸을 씻은 후 탕안에 들어갔습니다.
머리만 남기고 탕안에 몸을 담근 후 5분이 지났을까요?
5~6세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내 옆으로 들어서고 이어서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 옆에 몸을 담궜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눈을 감고 있는데 옆에서 부자가 대화하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습니다.


"아빠,,,엄마는 언제 다시 만나?..."
"응,,,목욕 다하고 찜질방에 가면 다시 볼 수 있어..."
"그런데 아빠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응, 오늘이 크리스마스라서 그래...."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아...크리스마스라서 사람이 많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빠의 말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빠,,성탄절에는 꼭 목욕을 해야 하는 거야?"
"응..."
"왜?"
"00이 너 그동안 잘못한 거 많지?"
"어,,,없는데..."
"왜?....양치질 잘 안하잖아.."
"........................"
"음식 골고루 안 먹어 맨날 엄마한테 혼났잖아..."
"......................."
"가끔 동생도 때렸지 00아?"
"......................"

아빠의 말에 말문이 막힌 아들이 잠시 생각하더니...


"아빠도 잘못한 거 많잖아...."
"뭔데...?"
"밥 먹을 때 방귀 잘 뀌잖아...그리고 담배꽁초 창문 밖으로 던지고 ...유치원 온다고 하고 오지 않구...술 먹으면 시끄럽게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또....."
쉴 사이없이 쏟아내는 아이의 말에 아빠가 당황했는지.....
"00아..이제 그만...그래서 아빠도 목욕을 하러 온 거잖아....목욕하면서 잘못한 거 다 씻어낼라구...그렇니까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알았어 아빠.....나도 깨끗하게 씻을 테니까 아빠도 깨끗하게 씻어?"

몸을 깨끗하게 씻으라고 뱉은 아빠의 말을 오히려 되받아 치는 아이....

그말에 흠짓 놀란 아빠의 표정.....
사뭇 진지해 보이는 두 부자의 말과 표정이 얼마나 웃기던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릴 적 아들 둘과 함께 목욕탕에 자주 갔었는데 그때 아이들이 목욕탕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지요...
"목욕탕 안에서 뛰거나 시끄럽게 굴면 고추 떨어진다.."
이 말에 놀란 두 아들의 놀란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ㅎ.ㅎ.
성탄절 저도 한 해 동안 잘못한 거 깨끗하게 씻느라 시간 많이 걸렸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