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기사 때문에 망친 여행 왜?

2011. 11. 21. 07:42세상 사는 이야기

고향에서 김장 담그기...

지난 주 토요일에는 김장을 담그러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비해 날씨가 푸근해 김장 담그는 일은 수월했지만 장독대에 묻은 김장 김치가 너무 빨리 익을까 걱정이 된다는 동네 아줌마들의 왁자한 수다로 시작된 김장 담그기는 보는 것만으로 흐뭇했습니다.
해마다 집집마다 돌아가며 김장을 담그는데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역시 아줌마의 수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수다가 김장 깊숙히 배어들어 맛이 더 좋은 것은 아닐런지........
그런데 김장을 시작한 지 세 시간이 다될 무렵 한 아주머니가 가을 여행을 갔을 때 황당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너도 나도 흥분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농한기에 떠난 가을 여행 그런데....

형님과 형수님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 것은 지난 10월이었습니다.

그동안 농사를 짓느라 늘 바빴던 마을 사람들은 추수를 끝내고 떠나는 여행이라 모두 들뜬 마음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가을 성수리가 관광버스를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아는 지인을 통해 간신히 지입 관광버스를 구했는데 여행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와 불협화음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마을에서 떠날 때 부터 동요를 틀고 가는 기사에게 마을 아주머니 한 분이 신나는 트로트 음악을 틀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사분 왈 "이 차에는 신나는 음악이 없습니다. 신나는 음악을 틀면 일어나서 춤추는 사람들 때문에 다 치웠습니다...."
그러자 동네 아주머니가 "아니, 일어나서 춤만 안추면 되지 그렇다고 음악을 모두 치웠단 말이예요?"
그러자 기사분은 "예~~그렇습니다..." 하면서 계속 동요를 틀더랍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

결국 듣다 듣다 지겨웠는지 앞에 않았던 동네 형님이 기사님 주머니에 10만원이 든 봉투를 넣어주며 휴게소에 들러 신나는 노래 테이프나 CD를 사서 틀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금새 화색이 돈 기사는 얼마 후 들른 휴게소에서 산 CD를 틀어주었는데 뒤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관광버스 기사님이 팁을 주지 않으니 일부러 동요를 틀다 팁을 주면 그때서야 신나는 노래를 트는 것 같다며 수근거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떠난 지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목적지를 향해 가던 차량이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곳에 들렸다고 합니다.
그곳은 휴게소가 아닌 건강식품 만드는 곳이었는데 무료 시음과 사은품을 안기며 구매를 유도했다고 합니다.
아마 관광객을 태우고 갈 때 마다 이곳에 들러 관광객이 구매한 금액중 일정량의 판매수수료를 챙겼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외 소소한 것은 그렇다치고 마지막 날 들렸던 00파크 입장료를 여행을 떠나기전 1인당 1만6천원씩 계산해서 버스 비용과 함께 여행사에 지불했는데 막상 입장을 할 때 보니 1만 3천원이었다고 합니다.
여행을 떠난 마을 사람들이 40명이었으니 십이만원을 더 받은 셈입니다.
총무가 항의를 하니 전화로 예약을 할 때 분명 1만6천원이었다며 여행이 끝난 후 돌려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잿밥보다 관광객의 안전에 더 신경 써야....

관광 버스를 대절해 여행을 가게 되면 안전운행해달라는 의미에서 팁을 주곤 합니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하거나 위 관광버스 기사처럼 팁을 내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 나간 팁이 20만원이니 그리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여행사는 관광버스를 구입한 개인이 합동사무실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월급을 받는 일반 관광기사와 달리 지입 사장이면서 고객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잿밥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 너무나 불쾌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