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5. 06:35ㆍ사진 속 세상풍경
지난 주에 강릉에 다녀오는 길에 현남면 기사문리항 근처에 있는 38선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자연 풍광이 뛰어나 동해안에 여행을 온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봤을 법한 휴게소입니다.
휴게소 뒷편이 바로 바다기 때문에 잠시 여행의 피곤함을 씻기에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지난 해 동해고속도로가 하조대까지 연결되면서 통행량이 분산된 때문인지 예전같지 않고 한산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바다를 배경으로 차를 한 잔 마시고 차에 오르려다 휴게소 끝에 있는 38 뿌리 공예점에 잠시 들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다양한 뿌리 공예 작품들이 있었는데 손가락만한 작은 공예품 부터 사람보다 큰 대작까지 작품 하나 하나에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그중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사자와 곰을 형상화한 작품이었는데 나무의 결과 색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런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포효하는 사자와 곰 금새라도 한바탕 싸울 기세입니다.
벽을 박차고 나올 듯한 말의 모습에서 힘이 느껴집니다.
고구려 벽화를 연상시키는 작품도 눈에 띕니다.
이중섭의 그림 황소를 공예작품으로 만든 '힘찬 황소' ....투박하면서도 힘이 넘칩니다.
공룡의 모습은 다른 것에 비해 더 섬세했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합니다.
웃는 사람....이 작품은 아마도 한국의 탈은 아닌 듯하고 인도네시아에도 공예점이 있다는 것으로 봐서 인도네시아 사람이나 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공예점을 둘러보면서 작품의 크기나 정교함에 놀랐는데 그 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전시장 안에 붙여놓은 안내문이었습니다.
'99세 이상은 흡연을 하셔도 됩니다'
아니 금연도 아니고 하필 99세 이상만 흡연을 해도 된다니......도대체 왜 이런 안내문을 붙인 것일까?
전시장을 돌아 나오다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저 안내문에 특별한 뜻이 담겨있나요?"
"아니요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구요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써놓은 것이예요.."
"아니 사람들이 왜요?"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광가는 어르신들인데 음주를 하고 전시장에 들어와서 공예품에 담배불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재떨이로 생각하고 비벼서 꺼 작품이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연이라고 써놓았는데도 잘 지키지 않더라구요..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써놓았는데 오히려 효과가 좋더군요."
"아, 그렇군요....그런데 저 문구를 보고 따지는 분은 없으셨나요?"
"다행히 아직은 없었어요....묻지도 따지지도 않던데요?.....ㅎㅎ...."
"같은 의미라도 부드럽게 표현하면 사람들 마음도 그만큼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아주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마나 속상했으면 저런 문구를 써 놓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공공 장소에서의 금연.....앞으로는 꼭 지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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