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떠나는 김C가 부러운 이유

2010. 6. 6. 20:37연예가 이야기

어제 폐교 위기에 놓인 모교의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다녀왔다.
모처럼 들린 모교 교정에는 늘어진 버드나무 잎과 푸른 소나무 아래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친구들 겉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교정에서 오가는 추억의 이야기 속에는 늘 풋풋함이 살아 있었다.
그런 여운을 두고 집으로 돌아온 일요일 오후 가족과 함께 TV를 시청했다.
마침 해피선데이 1박 2일 수학여행편이 나오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김c의 마지막 방송이란다.
2007년 10월 1박 2일 방송인 지상렬을 대신해  경남 밀양 편부터 합류한 김C는 처음 출연할 때 덥수룩한 수염과 산발한 긴머리에 여행을 떠나듯 배낭을 둘러맨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말수도 적고 오버나 리엑션이 없는 그가 예능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 1박 2일에 한축이 되었다.


평소 김c를 볼 때 마다 나는 그가 소설가 이외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약간은 시큰둥하고 뾰로퉁한 표정과 어투에서 나오는 진솔함과 자유로움....그것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여유를 잃고 살아가는 내게 늘 부러운 대상이었다.
시끌벅적한 예능의 틈바구니에서 때로는 어머니같은 자상한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냉철한 시각으로 1박 2일의 중심을 잡아주던 그가 가장 좋을 때 또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역시 김c답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그의 모습이 정말 부럽다.
음악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떠난다는 김c.......
문득 이형기 시인의 낙화의 한 귀절이 떠오른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가 촬영한 프로그램이지만, 부족한 나의 예능 실력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마음 편히 방송을 본 적이 없다"
스스로 털어놓은 솔직 담백한 그의 고백이 방송 중간 중간 흘러 나오던 뜨거운 감자의 '고백'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야 제일 맘에 드는 옷을 입고 노란 꽃 한송이 손에 들고~~
떠나는 김c.... 그의 잔영이 오래도록 여백처럼 1박 2일에 남아있을 듯하다.